“일부 지역에선 국수가 설음식”
북한 주민들은 설을 어떻게 보낼까.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을 지내는 북한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차이점도 없지는 않다.
북한 주민들은 설에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참배하는 것으로 명절을 맞는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을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라고 부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민족의 어버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9일 입수한 북한의 대외선전용 월간화보 ‘조선’ 2월호는 ‘설명절의 하루’란 제목의 글에서 “온 나라가 하나의 대가정을 이루는 조선에서는 설이 오면 누구나 먼저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동상을 찾아 꽃바구니와 꽃다발을 진정하고 설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탈북자 최모씨는 “매년 1월1일 0시에 차례를 지내는 집은 더러 있는 것 같은데 음력설에 차례를 지내는 집은 본 기억이 없다”라며 “주민들은 양력설이나 음력설에 김일성 동상을 찾아 인사를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많은 지역에서는 설음식으로 떡국 대신 국수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출신인 탈북자 최씨는 “함경북도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는 떡국보다는 온면(따뜻한 육수에 말아먹는 국수)이 주요 설음식이었다”라며 “주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우려낸 물을 육수로 쓰고 면은 강냉이(옥수수)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만든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새해가 시작되는 첫 날인 설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아무리 생활이 어려운 집에서도 평소에 쌀을 조금씩 모아 두었다가 설에는 반드시 떡을 해먹는다.
하지만 1990년대 식량난 이후 떡국까지 만들어 먹을 만큼 쌀이 풍족하지 않은 함경북도나 산간지역에서는 명절에 쌀보다는 값이 싼 옥수수나 밀가루로 국수를 해먹는 것이 풍습으로까지 굳어졌다고 탈북자들은 설명했다.
생활 형편이 괜찮은 북한 주민들은 설에 송편, 절편, 설기떡, 찰떡을 비롯한 여러 가지 떡을 많이 만들어 먹으며 평양과 일부 지방에서는 설에 녹두지짐이나 수수지짐, 노치(찹쌀가루나 찰기장, 찰수수 가루를 익반죽하고 엿기름을 두어 삭혀서 기름에 지진 것) 등을 즐겨 먹는다.
평양 등지의 일부 주민들은 설에 떡국을 해먹지만, 떡국 조리법은 소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우리의 조리법과 조금 차이 난다.
북한 사회과학원의 계승무 박사는 북한의 대외 홍보잡지인 ‘금수강산’ 2월호에 실은 ‘설명절’이란 제목의 글에서 “떡국은 흰 가래떡을 얇게 썰어 팔팔 끓는 장국에 넣고 끓이다가 닭고기나 꿩고기 볶은 것을 넣고 후춧가루를 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 박사는 이어 “낟알가루를 반죽해 동글납작하게 얇게 밀어 소를 넣고 송편모양으로 빚어 끓는 물에 익힌 편수국도 설음식의 하나이며 설음식에서 이채를 띠는 것이 고기구이”라고 전했다.
설을 맞아 웃어른과 스승을 찾아 세배를 드리고 친척, 이웃과 설 인사를 나누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풍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설 당일을 포함해 3∼4일간을 쉬는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설 연휴 기간 민속놀이를 많이 하도록 장려한다.
계승무 박사는 “설날을 상징하는 대중적인 민속놀이 가운데는 윷놀이, 장기, 널뛰기, 연 띄우기, 썰매 타기, 바람개비놀이 등이 있다”라며 “우리나라(북한)에서는 민족성을 고수하고 빛내이는 것을 중요한 문제로 내세우고 민족적 정서와 분위기를 적극 살려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과거 양력 1월1일을 ‘설’로 부르며 사흘을 쉬었고 음력설은 명절로도 여기지 않다가 1989년부터 설을 휴일로 지정했다. 이어 2003년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가 있은 후부터 음력설을 ‘설명절’이라고 부르며 사흘씩 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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