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안 충돌 불 보듯…野 예산안 연계 주목
새 정부 들어 열린 첫 정기국회 폐회를 이틀 앞둔 8일 정치권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예산안 처리 무산에 더해 법안 통과 건수도 ‘0’건에 머문 채 100일 회기의 정기국회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야는 오는 11일 임시국회가 개회하면 예산안과 법안 심의에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예산·입법대결 연장전에 들어가지만 주요 쟁점 현안에서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해 순항을 장담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무엇보다 여야는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을 놓고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쟁점인 ▲ 국정원의 국내 정보활동 통제 ▲ 국회의 국정원 예산통제권 강화 ▲ 사이버심리전 활동 규제 등의 수위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커서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내 부서를 아예 폐지하고 심리전 활동도 대폭 축소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국정원 특수활동비까지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요구를 사실상 ‘정보기관 무력화’라고 비판하며 거부하고 있어 여야 간 합의가 쉽게 도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국정원개혁특위 신설에 합의해주고 나서 지역 기반인 영남권 유권자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협상의 입지가 좁아졌다.
민주당도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연말까지 여야가 국정원 개혁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이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는 배수진을 쳐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다만 양측이 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에 실패한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센 비판여론에 직면할 수 있는 점은 거꾸로 극적합의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여야의 예산 심사 방향 역시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박근혜표 공약’ 이행과 서민·취약층 지원에 초점을 두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신경 쓰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른바 ‘부자 감세’ 철회는 물론 ‘대통령 관심 예산’과 ‘선거 개입 의혹 예산’을 삭감해 복지 사업 확대 재원을 확보하는 데 쓸 계획이다.
여야 양당의 주요 입법 과제는 더욱 판이하다.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이른바 ‘경제 민주화’ 및 복지확대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기업의 투자 촉진, 벤처 창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46개 법안을 추렸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법안들이 ‘규제 해소’에만 방점을 뒀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학교급식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학교급식법, 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는 소득세법 등을 경제 민주화와 민생 살리기를 위한 8대 법안으로 선정했지만, 새누리당 역시 법안 통과에 협조할 생각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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