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외에 최영림·현영철·김격식 권부서 밀려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주기를 불과 닷새 앞두고 장성택이 사형됐다. 작년 1주기 추모행사 때 장성택과 나란히 주석단에 앉았던 다른 북한 고위 간부들은 여전히 건재할까.북한 주요행사의 주석단은 당·정·군 핵심 지도부로, 그 구성의 변동은 권부 내 공식 서열 변화, 권력의 이동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지난 40년간 북한 정권의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 숙청 이후 열리는 김정일 2주기 행사 주석단이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16일 김정일 1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주석단의 맨 앞줄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해 최춘식·최룡해·장성택·현영철·김격식·박도춘·김영춘·리용무·오극렬·현철해·김영남·최영림·김경희·김국태·리을설·김철만·김기남·최태복·양형섭·강석주 등이 자리했다.
당시 입지가 확고한 듯 보였던 이들 중에는 지난 1년 사이 권부에서 밀려난 인사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지난 12일 ‘국가전복음모죄’로 사형된 장성택은 권력의 최정점에서 추락해 비참한 몰락을 맞은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장성택 외에도 당시 내각 총리였던 최영림은 83세의 고령으로 지난 4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지금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이라는 ‘명예직함’만 달고 있다.
현영철 당시 군 총참모장도 지난 5월 임명된 지 10개월여 만에 강원도 최전방 5군단장으로 밀려났다. 계급도 대장에서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강등됐다.
1주기 때 인민무력부장이었던 김격식은 올해 5월 군 총참모장에 임명돼 승진가도를 밟는 듯했지만 몇 개월 만에 교체됐다. 그는 김정은 체제 북한 지도부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나이가 많아 은퇴한 경우로 꼽힌다.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직계이지만 장성택의 부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2주기 행사에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난 1년간 김정은 체제의 핵심실세로 승승장구한 이들도 있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정권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북한 권부 내 최고 실세 중 한 사람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장성택 숙청으로 앞으로 독주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숙원이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의 주역인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 원장도 약진하고 있다.
1주기 추모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의 바로 옆자리에 앉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던 그는 지난 9월 과학자주택단지 준공식에 중장(우리의 소장) 계급을 달고 등장하기도 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박도춘·김기남·최태복 당 비서, 강석주 내각 부총리는 여전히 지도부에 남아있다.
김기남은 지난 8일 장성택 숙청을 결정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연단에 나와 장성택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영춘·양형섭·강석주도 이 회의에서 장성택 비판을 위해 발언권을 요청하며 손을 든 모습이 조선중앙TV에 포착됐다.
이밖에 리용무·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항일빨치산 1세대’들인 리을설 군 원수, 김철만 전 당 중앙군사위원은 원로급 대우를 받으며 주요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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