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없어 여야대치 길어지면 ‘식물국회’ 장기화 민생법안 표류, 부실국감·예산 졸속심사 불보듯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까지 파행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 단독으로 소집된 8월 임시국회가 지난 22일부터 시작됐지만 여야는 아직 의사일정을 잡지 못한 채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감 분리실시를 위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민생법안 등을 세월호특별법과 별도로 처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당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더욱이 새정치연합 내부 일각에서는 당 대표격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도 거론되고 있어 당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이대로 ‘처리불가’ 방침이 확정되거나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깊어질 경우 임시국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내달 1일 소집되는 정기국회까지 영향을 미치게 돼 올해도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의 경우 야당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국정원의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공개 등을 비판하며 장외투쟁에 들어가면서 정기국회가 3주정도가 경과한 9월23일에야 뒤늦게 정상화된 바 있다.
올해 정기국회도 초반 파행을 막기 위해선 여야가 양보를 통해 쟁점현안에 대한 타협점을 찾아내야 하지만 현재로선 여야의 입장이 완강해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세월호특별법도 중요하지만 전체 국민의 생활도 무척 중요하다”며 “야당이 국가적인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민생법안을 외면하지는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야당이 세월호법과 별도로 민생법안 등의 처리에 우선 협조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라는 뜻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에서 최대한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면서도 “세월호 특별법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은 아직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공을 넘기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면서 ‘개점휴업 국회’, ‘식물국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여야는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2013회계연도 결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본회의 개최가 불투명해 이달 말까지가 시한인 결산안 처리가 또다시 법정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여야가 올해 처음 분리국감을 도입해 26일부터 1차 국감을 실시하려고 했지만 25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처리가 무산되면 국감의 정상적인 실시도 어려워진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도 이달 말까지인 시한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활동을 마치게 된다.
상임위도 현재로선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16개 상임위 중 절반 가량이 법안소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약속했던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 법안이나 민생법안 등이 제대로 심의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국회가 조기에 정상화되지 않으면 준비부족으로 부실국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내년도 예산안도 졸속심사가 우려된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터는 여야가 새해 예산안 집행 30일전까지 예산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상정되기 때문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정당이 자신들의 존재 의미는 잊어버리고 법을 스스로 무너뜨리며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정당이 본연의 모습을 찾지 않으면 국회의 내실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