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 친박, 전격 회동… 서청원 “유 사퇴 내게 맡겨라”

[거부권 정국] 친박, 전격 회동… 서청원 “유 사퇴 내게 맡겨라”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5-06-27 00:04
수정 2015-06-2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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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발(發) ‘국회법 거부권’ 소용돌이가 정국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날 새누리당 곳곳에 내상의 흔적이 남았다. 비박(비박근혜)계와 친박계는 서로를 겨눈 칼을 완전히 거둬들이지 않은 채 일시적 휴전에 돌입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6일 당 정책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위촉식에서 별안간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읽었다. 그는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계신데, 충분히 뒷받침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높은 수위로 사과했다. ‘진심으로’라는 표현도 세 차례 써가며 진정성을 전달하려 애썼다. “마음을 푸시라”며 용서를 간청하기도 했다. 평소 원칙을 중시하고 소신을 잘 굽히지 않는 유 원내대표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박계 지도부는 이런 유 원내대표의 사과를 명분 삼아 당·청 관계 회복에 포커스를 뒀다. 친박계의 사퇴 촉구는 전혀 괘념치 않았다. 전날 의원총회에서의 재신임이 버텨 내는 동력이 됐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고두사죄’(叩頭謝罪)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유 원내대표는 직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하기로 당론을 정하면서 야당과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다. 유 원내대표 역시 이날 사과를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제스처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완고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더이상 유 원내대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번 주말 전격 자진 사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에서 하나하나 언급한 관광진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박근혜표’ 경제활성화법 처리가 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간단치 않다. 김무성 대표도 지난달 15일 이후 40여일간 중단된 당·정·청 간 대화 채널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박 대통령의 서슬 퍼런 맹공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박 대통령의 뜻에 따르자”는 결의와 함께 유 원내대표 사퇴를 목표로 집단 행동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8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고 서 최고위원은 “잘 알겠다”며 “나에게 맡겨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박 대통령의 도움이 없으면 ‘큰 한방’이 되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다. 현재 친박계의 최대 목표는 내년 총선에서의 지분 확보로 볼 수 있다. 이번 당직 개편에서 친박계 몫을 확보하는 게 첫 단추로 여겨진다. 현재 사무총장 인선이 난항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5-06-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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