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사라진 의원님들, 지역구서 뭐하나 봤더니…

국회서 사라진 의원님들, 지역구서 뭐하나 봤더니…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5-08-28 19:03
수정 2015-08-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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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밀며 목욕탕 민심 청취…직접 생일 축하 전화까지

내년 4월 총선까지는 7달 이상 남았지만, 이미 현역 의원들은 출발선을 박차고 나갔다. 지역에 ‘꿀단지’를 숨겨 놓은 듯 틈만 나면 지역구로 달려간다. 28일 특수활동비 개선 소위원회 구성 문제로 국회 본회의가 파행되자마자 여야 원내지도부가 국회 대기령을 해제한 까닭 또한 많은 의원들이 지역구 일정을 잡아 놓은 채 발을 동동 굴렀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의원들의 홍보 전략도 각양각색이다. “경쟁자와 차별화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인식이 만연했다. 내년 총선을 향해 뛰는 ‘배지’들의 남다른 지역구 관리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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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형… 생활 민원 해결이 대세

최근 들어 ‘민원 상담’을 통한 생활밀착 지역구민 관리는 여의도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거리에서도 의원들의 민원 상담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서울 양천을, 재선) 의원이 18대 국회 때부터 운영해 온 ‘민원의 날’이 원조 격인데 나경원(서울 동작을, 3선) 의원은 ‘토요데이트’를, 심윤조(서울 강남갑, 초선) 의원은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사랑방좌담회’를 열고 있다. 이노근(서울 노원갑,초선) 의원은 아파트 단지별 동 대표 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40년에 가까운 공직 경력을 토대로 매주 금요일 주민 민원을 해결해 준다. 이 의원은 “간혹 주례를 서 달라 하거나, 소개팅 요청도 온다”며 웃었다.

야당 의원들도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인천 남동갑, 초선) 의원은 마지막 주 토요일 ‘민원 상담의 날’을 운영한다. 무소속 천정배(광주 서구을, 5선) 의원은 일요일마다 지역구 내 풍암호수 그늘에서 ‘2시의 데이트’를 열고 동네 민원부터 중앙정치의 현안까지 두루 청취한다.

●마당발형… 넉살로 승부한다

넉살 좋은 의원들은 ‘스킨십’을 주무기로 내세운다. 새누리당 박대출(경남 진주갑) 의원은 지역구에 머물 때는 꼭 새벽에 일어나 목욕탕 네다섯 곳을 돌면서 알몸으로 주민들과 만나 소통한다. 목욕탕을 나오면 곧바로 민심의 집합소인 중앙시장으로 향해 삶의 현장에서 나오는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새누리당 배덕광(부산 해운대·기장갑, 초선) 의원과 새정치연합 박수현(충남 공주) 의원도 목욕탕을 즐겨 찾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주민들과 대화하면 더 진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운대구청장 시절부터 목욕탕을 찾아 민원 청취를 했다는 배 의원은 “이제 목욕탕이 민원 상담소가 됐다. 며칠 뒤 다시 만나 민원 결과를 꼭 들려준다”면서 “등도 밀어 주면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홍철호(경기 김포, 초선) 의원은 빨간 운동화를 신고 김포를 종횡무진 활보하고 있다.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 재선) 의원은 각종 지역행사 챙기기의 달인이다. 지역축제, 기념식, 출판기념회 축사를 도맡아 한다. 최근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지역 교육 분야와 관련된 민원 청취에도 힘쓰고 있다.

새누리당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재선) 의원은 지역구 경조사를 챙기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결혼·장례는 물론 신혼여행 다녀온 뒤 축하인사와 장례 후 3일째 되는 날 묘지를 찾아가 지내는 제사인 ‘삼우제’ 참석 등 철저한 ‘AS’로 유명하다. 이철우(경북 김천, 재선), 김용남(경기 수원병, 초선) 의원은 생일을 맞은 지역 주민과 당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하는 ‘감동의 생일 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의원의 경우 하루에 30~40명에 이르며,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학재(인천 서·강화갑, 재선) 의원은 자전거 마니아다.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다니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물론 인천 서구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다.

●탈정치형… 정치색 뺄수록 가까워진다

정치 색깔을 배제한 지역 활동에 주력하는 의원들도 있다. 서울 강서을에 출사표를 던진 새정치연합 진성준(비례대표) 의원은 지역 사무실을 아예 ‘북카페’로 만들었다. 의원 사무실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보좌진이 지역민을 위한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저녁에는 와인 파티도 종종 열린다. 명사들이 강사로 나서는 ‘목민관 학교’를 개설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의도 연다. 같은 당 이인영(서울 구로갑, 초선) 의원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벼룩시장인 ‘구로팜’을 연다. 지역민들은 성공회대 소공원에서 직접 만든 액세서리와 생활용품, 음식 등을 판매한다. 또 지역민들이 준비한 조촐한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새누리당 김명연(경기 안산·단원갑, 초선) 의원은 땀 흘리며 소통한다. 축구, 배구, 족구, 배드민턴, 테니스, 배구 등 안 하는 운동이 없다. 안산시 생활체육대회 축구선수로도 출전할 예정이다.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초선) 의원은 농부의 아들로 수확철이 되면 트랙터와 경운기를 직접 몬다. 검사 시절부터 농번기 때 부모님의 일손 돕는 일이 습관화됐다고 한다. 같은 당 강동을 당협위원장인 이재영(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7월부터 천호동·성내동의 추어탕집, 편의점에서 일일 아르바이트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클린형… 깨끗한 정치가 오래간다

깨끗한 정치 구현에 무게를 두는 의원들은 ‘클린형’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이정현(전남 순천·곡성, 재선) 최고위원은 지역구민에게 후원금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의원과 지역구민의 이해관계가 생기면 투명한 정치를 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1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도 받지 않는 것도 원칙으로 내세웠다. 로비·청탁이 통하지 않는 의원임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 유대운(서울 강북을, 초선) 의원은 아예 후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유 의원은 올해 자신의 돈 5000만원을 정치후원금 계좌로 이체해 사용하고 있다. 식사비, 의정보고서 제작비를 모두 자비로 충당한다. 유 의원은 “후원금을 받으면 신세를 지는 것인데, 국정활동하는 데 후원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안 해 줄 재간이 없다”면서 “코 꿰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역 맞춤형… 못하는 사투리까지 배워라

지역 인구 특성에 따라 맞춤식 관리법을 개발한 의원들도 있다. ‘뜨내기’가 많은 도심 지역구는 앞번 총선 유권자 가운데 다음 총선 시점에 잔존하는 비율이 30~50%에 그치기도 한다. 이런 곳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은 임기 4년 가운데 마지막 해에만 집중적으로 관리해도 당선이 보장되기도 한다. 새정치연합 박광온(경기 수원정, 초선) 의원의 지역구인 영통구는 여성, 임산부, 신혼부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영통구 평균연령도 32.6세로 매우 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은 30대 유권자와 접촉면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은 원내 입성 1년 1개월 동안 저출산 관련 법안만 21개를 발의했다. 박 의원은 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지역구 의원에게 돌리면서 ‘민원 해결사’를 자임하고 있다.

새누리당 홍지만(대구 달서갑, 초선), 김제식(충남 서산·태안) 의원을 비롯해 많은 여야 의원들은 구수한 사투리를 많이 사용한다. SBS 앵커를 지낸 홍 의원은 표준어 구사가 원활한 데도 ‘모국어’ 사용에 집착한다. 김 의원도 정감 있는 충청도 사투리로 “그류”라고 말하곤 한다. 지역구민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병석 의원은 국회 본의장에서 ‘쌀’이라는 단어를 ’살’로 발음한 뒤 “저는 죽을 때까지 두 발음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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