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9700여명 영상편지 만들고 사후 北 가족 확인 위해 유전자 등록도
북한에 가족을 둔 이산가족들이 최근 정부의 영상편지 제작과 유전자 검사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대상자로 선정돼 북측 가족과 재회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보니 고령의 가족들이 영상편지와 유전자 검사 결과로 사후에라도 자신의 ‘흔적’을 남겨 두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23일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한적)에 따르면 올해 1만명 제작을 목표로 한 이산가족 영상편지 제작 사업은 이날까지 이산가족 9700여명이 참여해 영상 촬영을 마쳤다. 영상편지 제작을 맡은 한성구 KP커뮤니케이션즈 본부장은 “3100여명 정도 이산가족의 영상은 편집까지 완료된 상태”라며 “다음달 중순쯤이면 1만명분의 영상편지 제작이 완전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상편지는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되면서 생전에 북측 가족을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영상으로나마 북측 가족에게 메시지를 남기게 하자는 취지로 2005년 처음 도입됐다. 첫해 4000편을 제작했고 2006년에는 남북이 각각 20편을 제작해 영상편지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후 제작이 중단됐다가 2012년에 재개돼 그해 821편, 2013년 2007편, 지난해 1202편을 제작했다. 그러나 이 영상편지를 북측에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언젠가는 영상편지라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이산가족들의 제작 신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적 관계자는 “특히 상봉 행사가 진행될 즈음이면 가족들의 관련 문의가 급증한다”고 전했다. 올해 이 사업에는 남북협력기금 20억 1000만원이 투입됐다.
사후에라도 후손들이 북측 가족과의 친족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 사업도 올해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남북협력기금 9억 7000만원이 투입됐으며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적 관계자는 “영상편지 제작 사업은 이제 대부분의 희망 가족이 제작을 마친 것으로 파악돼 내년에는 시행하지 않고 유전자 검사 사업은 계속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5-10-24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