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동영 “난 눈도, 귀도 없는 사람”

[단독] 정동영 “난 눈도, 귀도 없는 사람”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15-11-13 22:58
수정 2015-11-1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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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째 칩거’ 순창 자택 가보니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함께 야권 신당론의 구심력으로 거론되는 정동영(62) 전 의원의 ‘칩거’가 길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소속으로 4·29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홀연 중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6월 말 귀국했고, 고향인 전북 순창에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 농가를 얻어 씨감자 농사꾼으로 변신한 지 4개월이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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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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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의원 부부가 칩거하고 있는 전북 순창 농가의 모습. 정 전 의원 부부는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인 이 집에 4개월째 세 들어 살면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정동영 전 의원 부부가 칩거하고 있는 전북 순창 농가의 모습. 정 전 의원 부부는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인 이 집에 4개월째 세 들어 살면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둔 지 6개월여. 하지만 호남에서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천정배(광주·전남)-정동영(전북) 연대설’, ‘전주(또는 순창) 출마설’ 등 여의도는 그를 놓아두지 않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다.

초겨울비가 뿌리던 13일 순창 자택을 찾았다. 집 안에 먼저 온 손님들이 있어 동네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총선 출마 얘기부터 꺼냈다. 정 전 의원은 “무위지행(無爲之行·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때론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지금은 통일 씨감자 재단을 어떻게 설립할지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천 의원 딸의 결혼식장을 찾은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진 연대설에 대해 묻자 “난 눈도 없고 귀도 없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새정치연합 비주류는 끊임없이 천 의원과 정 전 의원 등 당을 박차고 나간 이들을 불러들여 통합전당대회를 치르자고 주장한다. 복당 가능성을 묻자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손사래 쳤다. 다만 정 전 의원은 본인이 천착해 온 통일 및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통일대박론, (문 대표의) 선 경제공동체-후 평화통일론 모두 구호와 말이 아니라 어떻게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정치”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전날에도 이곳을 찾았지만 정 전 의원은 집을 비우고 부인 민혜경씨만 있었다. 부인에게 안부 전화를 건 정 전 의원과 짧은 통화만 할 수 있었다. 정 전 의원에게 ‘전주(덕진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묻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거 이후) 6개월간 신문과 TV를 보지 않았다. 나는 눈과 귀가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이 여전히 상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 전 의원은 아직 관망을 하는 듯했다.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임종인 전 의원은 “출마 이야기는 전혀 안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도 정치 얘기를 아예 안 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14일 씨감자 수확 이후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처럼 알려졌지만 현재로선 정해진 건 없다는 게 지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겨울을 순창에서 나려는 듯 마당에는 장작이 가득 놓여 있었고 빨랫줄에는 겨우내 먹어도 될 시래기가 걸려 있었다.

글 사진 순창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5-11-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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