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이정표”…외교수장으로서 첫 방문 의미강조 쿠바, 카리브해 연안 침식 역할제안…적극 기여하기로
우리나라 외교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수교국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현지에서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쿠바 현지에서, 쿠바 당국을 향한 메시지 발신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4일 오후(한국시간 5일 오전) 쿠바 도착 직후 아바나 시내의 한 호텔에서 외교부 출입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한·쿠바 관계개선을 위해 “조용하지만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저의 방문 자체가 그런 것을 상징하는 것이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그러면서 “부단히 매진해 나가다 보면 서로 원하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 기대한다”면서 “접촉 면을 넓혀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어떤 시점에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의 ‘좋은 결과’나 ‘원하는 목표’는 쿠바와의 관계정상화, 즉 수교를 의미하는 것이다.
윤 장관의 쿠바 방문 목적이 카리브 연안 25개국으로 구성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세션 참석이지만, 윤 장관 스스로 이번 방문이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쿠바가 지난해 54년여 만에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 ‘훈풍’을 타고 우리 역시 쿠바와의 관계 정성화를 위해 드라이브를 걸 적기라는 판단이 묻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특히 “다자회의 성격을 감안할 때, 윤 장관은 ACS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및 외교장관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쿠바 측 인사와의 접촉 여부가 주시된다.
그러나 정부는 쿠바가 북한의 혈맹국인 현실을 감안, 관계정상화에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쿠바 측과 이해의 공유를 넓히는 방법으로 분위기 조성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카리브 지역과의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 고리다.
이번 ACS 정상회의의 주요 주제이기도 한 기후변화와 관련, 카리브해 도서 해안의 모래 침식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기여를 검토하기로 했다.
ACS 의장국인 쿠바 측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두 가지 제안을 했으며, 우리 정부는 이 가운데 모래 침식 대응과 관련해 적극 기여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쿠바 측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쿠바 및 ACS 사무국 측과 올해 하반기부터 기여 방안에 대해 실무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ACS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기후변화로 “허리케인, 폭우, 심한 가뭄 등 사람과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런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ACS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입장을 담은 회람문을 통해 해안선 모래침식과 관련해 “기여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 정부의 대(對) 카리브 외교 확대를 설명하고,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추가도발 억지를 위해 ACS 국가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정부는 ACS 정상회의 옵서버로서 공식 발언권이 없다.
정부 당국자는 “쿠바 측이 우리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회람시킨 것은 예외적인 배려조치”라면서 “의장국 쿠바가 한국 외교장관의 첫 방문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현지에서 외교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ACS 정상회의 주제가 지속가능 개발, 기후변화, 관광 인프라 개발, 해운·항공에서의 역량강화”라면서 “이 모든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알폰소 다비드 무네라(콜롬비아) ACS 사무총장은 윤 장관의 면담에서 세관통관 서비스와 관광 인프라 개발 등에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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