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와 협의 덜 돼”…제재국면 ‘방북’ 부담 감안된 듯
통일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과 관련해 20일 정부 입장을 발표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고 밝혔다.통일부는 이날 “개성공단 관련 정부 입장 표명이 관계부처와 협의가 덜 돼 보류됐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과 관련해 “유관부처와 협의 중이고 내일 정도에 결정이, 입장이 정리되면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입장발표 보류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내에 대체적인 공감대는 있지만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좀 더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주요한 방북 신청에 있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입장 발표가 보류된 데는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국면에서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에 협조하라고 북측에 요청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통일부는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위해 북측에 협조를 촉구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입장 발표가 보류되면서 통일부가 유관부처와의 협의를 마치지 못한 채 입장을 발표하려던 것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발표 전에는 협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추가적인 협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날 새벽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시사하는 보도를 한 것도 보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보도가 보류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씀드리지 않지만 직접적으로 연결됐다고 보긴 그렇다”면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안은 아니고 북한의 반응을 예단해서 말씀드리진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은 개성공업지구 문제를 입에 올릴 자격도, 명분도, 체면도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남조선 당국은 저들은 물론 그 누구도 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군사통제구역인 개성공업지구에 들여보낼 자격도 명분도 체면도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면서 “우리의 지역에서 우리가 행사하는 모든 권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하기 전에 남측 기업들에 공업지구 폐쇄로 산생된 피해보상이나 잘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이달 초 대외선전매체들을 통해 개성공단 재가동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를 잇따라 했다. 그러자 개성공단 기업인 40여 명은 무단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시설물을 점검하겠다며 통일부에 방북을 신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