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유엔총장 지지세 끌어안는 문 대통령
청와대는 26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최측근인 김숙 전 유엔대사와 현 정부 초대 환경부 차관을 지낸 안병옥 전 차관을 미세먼지 해결 범국가기구 구성을 위한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27일 밝혔다. 두 사람은 다음달 1일 환경부 산하에 설립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의 공동단장을 맡는다.김 전 대사는 지난 대선에서 반기문 대선캠프인 ‘마포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핵심 측근이다. 청와대가 국가 재난 수준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해결을 고리로, 과거 경쟁자였던 반 전 총장 지지층까지 끌어안으며 외연을 넓히려 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김 전 대사는 외무공무원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국제 외교무대에서 의장직을 맡았고, 국제적 환경회의의 실무협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등 다자간 협력·협상에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반 전 총장은 물론 핵심 측근에게까지 역할을 맡긴 것은, 미세먼지라는 국가적 중책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의 권한과 행동 공간을 넓혀준 것으로 해석된다. 충북 음성 출신에 정치적으로 중도·보수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미지를 지닌 반 전 총장의 영입은, 강성 보수로 회귀한 자유한국당과 대치 중인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정치권 복귀설에 대해 지난 21일 ‘연목구어’라고 선을 그으며 ‘미세먼지 해결’이라는 국가 정책에 국한된 것으로 역할론을 한정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의 접견 이후 반 전 총장은 “퇴임 후 2년간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행, 지구 생태환경 복원 등을 위한 노력을 호소했다”며 “제 필생의 과제를 실행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범국가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현 상태에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은 불가능하다”며 날선 비판을 하는 등 정부 기조와 상반된 입장이다.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반 전 총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북한과 독자적으로 무엇을 섣불리 하겠다고 하지 말고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볼 때”라고 지적하며 “북한의 핵보유국을 향한 시간벌기 전술을 선의로 믿었고, 언제 어떻게 폐기하고 완전히 포기하느냐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안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확고히 참여할 것을 주문하면서 “흠집이 나 있는 한·미동맹을 수선하고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한·미 톱니바퀴를 튼튼히 해야 남북 톱니바퀴를 제대로 수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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