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협치 대신 고성 ‘국회 막장드라마’

첫날부터 협치 대신 고성 ‘국회 막장드라마’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6-09-02 00:40
수정 2016-09-0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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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정기국회 문 열자 대치

丁의장, 우병우·사드 ‘작심 비판’… 與 “중립 위반” 의사일정 보이콧

‘여소야대’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열린 1일, ‘협치’는 실종됐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날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을 언급한 데 반발해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했고, 사과하지 않으면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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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원들 심야 의장실 항의 방문
與의원들 심야 의장실 항의 방문 정진석(왼쪽)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80여명이 20대 국회 정기국회 첫날인 1일밤 11시쯤 국회 본청 3층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해 정세균(오른쪽) 국회의장의 개회사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정을 넘겨서까지 의장실에 남아 정 의장의 퇴청을 막았다.
연합뉴스
당초 이날 처리하기로 했던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무산됐다. 여야가 추경안 처리 일자로 지정했었던 지난달 22일과 25일에 이어 세 번째 실패다. 2일에는 내년도 본예산이 제출되기 때문에 추경과 본예산이 함께 심의되는 이례적 상황을 맞게 된다.

정 의장은 이날 밤 입장 표명을 통해 “어떤 정치적 의도없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심없이 얘기한 것”이라면서 “추경안과 대법관 임명동의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현안이니 본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사과가 빠졌다며 본회의 개최에 동의하지 않았고, 밤 11시쯤 의원 80여명이 본청 3층 의장실을 찾아가 사과를 압박했다.

앞서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국회의장은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다. 쓴소리 좀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의장은 “우 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면서 “민정수석은 실질적으로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인데,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내부 소통이 전혀 없었고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무소속인 국회의장들은 역대 개회사에서 통상 정파성이 없는 문제를 거론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개회사가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립적 위치에서 의사진행을 해야 할 국회의장이 어떻게 야당의 당론을 대변하느냐”면서 “사과와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 의장의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여당이 자기들 의사에 반한다고 퇴장하고 추경안 처리를 보이콧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6-09-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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