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형… 보호무역 반대 기치
후진타오(68)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중국의 굴기(우뚝 섬) 이후 세계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상하이엑스포 개막 전야제가 열린 지난 4월 30일 밤, 엑스포 현장 대형 전광판에 ‘후거하오(胡哥好·후진타오 형님 안녕하세요)’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카리스마를 강조했던 전임 지도자들과는 달리 후 주석이 어떻게 친민(親民) 리더십을 다지고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부드러운 이미지 뒤에는 단호함과 강인함이 감춰져 있다. 티베트자치구 당서기 시절이던 1989년 3월 그는 티베트인들의 대대적인 저항운동이 일어나자 철모를 쓰고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했다. 잇따라 터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위기를 맞은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3년 뒤인 1992년 가을 제14기 당대회에서 그를 장쩌민 이후의 ‘4세대 지도자’로 낙점한 데에는 이런 강단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무대에서도 후 주석은 이런 외유내강형 지도자에 속한다는 평이다. 2006년 봄 그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상당한 외교적 수모를 당했다. 환영행사 때 타이완 국가가 연주되는가 하면 연설 후 다른 방향으로 내려가던 후 주석의 소매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잡아끄는 모습도 연출됐다. 하지만 후 주석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날 오찬에서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에게 당나라 시성 두보의 시 ‘망악(望嶽)’을 들려줬을 뿐이다.

●‘환율 공세’ 적극 방어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다자와 양자외교를 분담하는 중국에서 경제와 함께 정치·외교적 이슈까지 망라하는 G20은 오롯이 후 주석의 몫이다.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후 주석은 위안화 환율에 대한 선진국의 공세를 적극 방어하면서 보호무역주의 반대의 기치를 높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0-10-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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