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성사 관측, 북핵문제 주요 의제될듯당장 한일 양자회담 등 관계 급속개선 가능성은 낮아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처음으로 마주앉게 됐다.순방일정 발표하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2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주 박근혜 대통령의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및 독일 국빈방문의 구체적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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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사 배경은 = 이번 회담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끝에 전격적이고도 극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맞서 역내 평화를 유지하고, 갈수록 팽창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 틀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전통적인 한미일 3각 동맹의 복원과 냉각된 한일관계의 개선에 공들여왔다.
최근 들어서는 오바마 1기 행정부 때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해온 톰 도닐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이달 초 한 세미나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헤이그에서 한일 정상의 회동을 노골적으로 주문해왔다.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월 방한했을 때 한일간 관계개선을 주문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4월로 잡혀 있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성의’를 보여야할 형편이기도 했다.
실제 핵안보 논의가 핵심인 다자회의 무대에서 북핵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한미일 정상이 만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며, 3자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실기’하는 것이라는 미국측 상황인식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의 이러한 ‘압박’ 속에 아베 총리는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거듭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박 대통령은 “다행”이라고 평가해 회담 성사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일본이 내놓은 일종의 ‘성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회담을 끝내 거부할 경우 대화와 관계개선을 피한다는 인상을 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청와대는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 귀속을 결정하고 러시아가 합병조약에 서명한 것을 계기로 미국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비난하는 공동보조를 취하기를 원했던 것도 우리 측이 3자회담을 수용한 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예상의제 = 한미일 3국 정상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의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의 장소가 핵안보정상회의인데다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발 안보 이슈는 한미일 3국이 맞닥뜨린 최대 현안이기 때문이다. 북핵을 의제로 한 3국 정상의 만남만으로도 북핵문제에 대한 공동메시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핵 문제와 함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국정 화두로 ‘통일 대박론’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협조와 지지가 필수인 만큼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은 최근 북한과 국장급 정부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배경 등 북일관계 동향에 대한 설명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공동입장을 끌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거사 문제는 공식 의제에서 아예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 박근혜 정부 첫 3자회담…양자회담으로 진화하나 = 이번 회담은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을 고리로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의 첫 3자 정상외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아베 정권의 노골적인 우경화 및 역사왜곡 행보로 한일관계가 오랫동안 경색돼 파국을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일 정상이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라는 점이 주목된다.
한일 정상은 지난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때 양자회담을 한 이후 22개월간 회담을 하지 않았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 정부의 출범 첫해 양국 정상이 만나지 못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3자회담이 양국 관계개선의 전기가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화의 물꼬를 튼 정도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일본이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배상 등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재연 가능성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 등 과거사 및 영토 갈등이라는 양국관계의 화약고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즉 일본이 이들 현안에 대해 진정성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한 양국 정상이 일대일로 만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이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칫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다만 한일 양국의 경색관계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주름이 깊어질 수 있고 ‘통일대박론’의 진화를 위해서 일본 등 주변국의 도움이 필요한 점, 북·일 관계의 진전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관계정상화는 다소 진통이 있겠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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