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출판사 발간 내년 달력서 확인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로 알려진 1월8일이 내년에도 올해처럼 ‘평일’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연합뉴스가 입수한 북한 ‘평양출판사’ 발간 ‘주체 102(2013)년’ 달력에는 1월8일이 평일인 검은색으로 표기됐다. 달력의 다른 페이지 어디에도 김 제1위원장의 생일에 대한 표기나 설명이 없었다.
이는 북한의 역대 최고지도자인 고(故)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 각각 국경일인 ‘태양절(4월15일)’과 ‘광명성절(2월16일)’로 지정돼 달력에 굵은 붉은색 숫자로 표기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요 직위에 오른 해당 월의 달력 상단에는 간략한 설명이 실렸다.
4월과 7월 달력의 윗부분에는 각각 ‘주체101(2012). 4. 11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제1비서로 추대되시였다‘, ‘주체101(2012). 4. 13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되시였다‘, ‘주체101(2012). 7. 17 김정은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칭호를 받으시였다‘고 소개했다.
또 12월 달력 상단에는 ‘주체100(2011). 12. 30 김정은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시였다’고 설명해놨다.
북한의 내년 달력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과 관련된 표기가 없는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월8일이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인지 아직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달력에 생일이 표기되지 않은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기 위한 북한 내부의 법·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이 북한 당·군·정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만큼 조만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생일을 기념일로 공식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교수는 “지난해에도 1월8일에 당이나 연합소, 군(軍)기관 등에서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임시 휴일로 한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임시 휴일로 지정해 축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제1위원장이 최고지도자에 오른지 얼마 되지않아 생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경우 초래할 수 있는 우상화에 대한 주민 반감 등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년에 경제를 개선시킨 뒤 상황을 보고 공휴일로 지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 이듬해인 1975년부터 생일이 기념일로 지정됐으며 1980년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고 나서는 1982년 40세 생일부터 공휴일로 정해졌다.
북한의 내년 달력에는 올해 초 수정 발간된 달력에 이어 표지에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가 또 실렸고, 2월 달력 상단에는 ‘주체101(2012). 2. 14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원수칭호를 받으시였다’는 설명이 다시 포함됐다.
올해 평일이었던 ‘조선소년단창립절’(6월6일)은 내년 달력에 붉은색으로 표기해 공휴일로 바뀌었음을 알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이례적으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 소년단 연합단체대회에 참석해 축하연설을 했다.
북한에서 소년단 행사에 최고지도자가 참석한 것은 1994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소년단 제5차 대회 이후 처음이었다.
대북 전문가들은 비록 내년 달력에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이 국가기념일로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최고지도자의 생일인 만큼 북한의 각급 단위별로 기념행사가 열리고 주민에게 선심성 선물을 전달하는 등 대대적인 축하행사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