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순국 100주년] 中감옥서 치마 풀어 만든 태극기 간직

[안중근의사 순국 100주년] 中감옥서 치마 풀어 만든 태극기 간직

입력 2010-03-26 00:00
수정 2010-03-2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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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의사 조카며느리 안노길 할머니 “일본은 안씨가문·조선의 원수야”

│하얼빈 박홍환특파원│“일본은 안씨 가문의 원수, 조선의 원수야!”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사흘 앞둔 23일 거사 장소인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 만난 5촌 조카며느리 안노길(96) 할머니는 연신 태극기와 안 의사 관련 자료들을 어루만지며 어눌한 우리 말로 “일본, 원수, 안씨 가문….” 등을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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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시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며느리 안노길 할머니. 안 할머니 방에는 안 의사 사진(왼쪽)과 시할아버지 부부 사진, 그리고 비록 규격에는 맞지 않지만 손수 만든 태극기가 걸려 있다.
하얼빈시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며느리 안노길 할머니. 안 할머니 방에는 안 의사 사진(왼쪽)과 시할아버지 부부 사진, 그리고 비록 규격에는 맞지 않지만 손수 만든 태극기가 걸려 있다.


☞ [사진] 안중근 의사, 그 분은 가셨지만…

할머니는 17살에 안 의사의 사촌동생인 홍근씨의 3남 무생씨와 결혼했지만 일제에 의해 남편이 숨진 뒤 원래 차씨였던 성을 안씨로 바꾸고 ‘안 의사 알리기’에 매달린 채 여태 혼자 살아왔다. 특히 중국 건국 이후 대약진운동이 한창이던 1958년 종교(가톨릭) 문제로 중국 당국에 의해 반혁명죄로 체포돼 1998년 석방될 때까지 감옥과 교화소에서 외부와 단절된 40년의 세월을 보냈다. 얼마나 시달렸던지 2000년 처음으로 할머니를 만나 지금까지 현지에서 보살피고 있는 최선옥(72· 전 성모자애병원 원장) 수녀는 “차마 못볼 꼴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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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향 절 올리는 증손자   광복회가 25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추모제향에서 안 의사의 증손자인 토니 안이 절을 올리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추모제향 절 올리는 증손자

광복회가 25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추모제향에서 안 의사의 증손자인 토니 안이 절을 올리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하지만 세상과의 단절도 할머니의 고국사랑과 안씨 가문에 대한 열정은 식혀놓지 못했다. 감옥 안에서 치마 실오라기를 풀어 만든 태극기를 속옷 속에 수십년간 감춰 보관해올 정도로 할머니의 애국심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치매 때문에 정신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지금도 안 의사 관련 자료만큼은 손수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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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뤼순 항일열사기념관의 안 의사 흉상 앞에 꽃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25일 뤼순 항일열사기념관의 안 의사 흉상 앞에 꽃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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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왼쪽 두번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비롯한 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25일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중국 하얼빈을 방문, 안 의사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선양 연합뉴스
박진(왼쪽 두번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비롯한 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25일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중국 하얼빈을 방문, 안 의사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선양 연합뉴스


안 의사 유해 문제를 꺼내자 할머니는 “일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의 유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할머니는 안 의사 후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멀리 고국 땅에서 찾아온 방문객의 손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지난해 방문객들이 용돈으로 쓰라며 쥐여준 돈 5000위안을 최 수녀를 통해 하얼빈의 안 의사 기념사업 일꾼들에게 기탁하기도 했다. 최 수녀는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안중근’은 할머니의 100년 삶 그 자체인 셈이다.

글 사진 stinger@seoul.co.kr
2010-03-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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