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901개 조합에서 최대 126개 설립 추산
내달 1일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전국 산업현장의 노사관계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다.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양분된 노동계에서 복수노조라는 새로운 조직이 생김에 따라 지역마다 어느 업종에서 얼마나 복수노조가 설립될지 관심이 많다.
◇ ‘우리 지역은 얼마나 생기나’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기도 각 시군에 신고된 노동조합수는 901개에 조합원수는 10만8천670명에 달한다.
한국노총 소속이 534개(8만6천101명)로 가장 많고 민주노총 소속 85개(1만2천920명), 두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조합 282개(9천649명)이다.
경기지역은 수원시와 파주시의 사업장 2곳이 지난달 복수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것이 유일할 정도로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 감지가 어렵다.
각 시군과 도가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 파악에 분주하지만, 불이익을 우려한 조합원들이 내부에서조차 은밀하게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외부에서 알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는 그러나 지난 3월 ‘복수노조 설립 허용 후 새 노조가 설립될 사업장이 7-14%’라고 밝힌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를 근거로 901개 사업장 가운데 63개에서 126개의 복수노조가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88개의 설립신고된 노조가 있는 부산도 복수노조 추진 사업장이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부산지방노동청에 문의가 들어오는 것을 고려할 때 9-10개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 생길 복수노조의 종업원 수도 1천명을 넘지 않고 택시업종을 중심으로 한 소형 사업장이 될 것으로 지역 노동계는 추정하고 있다.
266개의 노동조합이 있는 인천지역도 이달 초부터 복수노조 설립 절차와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만 하루에 서너 통씩 걸려와 복수노조 설립에 대한 사업장의 관심이 많음을 반증하고 있다.
대구지역은 191개 노조 가운데 택시와 버스 업계 쪽에서 새로운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 현대차.현대중공업..”새 노조 설립 어려울 듯”
자동차와 조선업계의 선두주자인 울산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기존 노조 이외의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의 노조가 확고히 자리를 잡은 현대차에서 복수노조가 생기는 것을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4만5천여명의 조합원을 이끄는 기존 노조와 이 노조를 견제하는 세력인 현장노동조직이 5-6개 활동하고 있어 이들 현장노동조직이 복수노조를 설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설립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존 노조 체제 아래서 노사간 합의로 잘 운용되고 있는 수준 높은 단체협상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굳이 새 노조를 만들 필요성이 크지 않은데다 새 노조에 얼마나 많은 조합원이 가입할지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차에서 활동 중인 현장노동조직 관계자는 “현장노동조직의 어느 한 곳이 새 노조를 설립해도 조합원 확보가 가장 크고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어서 쉽게 노조설립에 나서지 못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기존 노조에 대항해 새로운 노조가 생겨도 제대로 된 단결권이나 교섭권을 갖기 어려운 마당에 굳이 노조를 만들 이유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복수노조 설립 전망..”당장은 많지 않을 듯”
노동계와 행정 당국은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더라도 당장은 복수노조 설립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고 나서 1-3년의 기간을 두고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울산고용노동청 등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더라도 노조가 설립될 수 있는 현장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당장 설립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새로운 복수노조가 생기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노총과 민노총이 서로 조직을 뺏고 뺏기는 식으로 기존 노조를 깨는 조직 간 싸움이 시작되면 노동계의 분열양상이 일어나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노총과 민노총이 서로 노조가 없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조를 설립하고 상급 노동단체에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또 복수노조가 생겨도 기존의 노조가 가진 권한이나 능력을 넘어서지 못하면 ‘무늬만 노조’로 전락할 수 있어 기존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노사관계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는 노사 전문가도 있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기업 내에 여러 개의 노조가 설립될 수 있지만,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교섭대표 노조를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복수노조 허용이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을 완전하게 누리는 계기가 돼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선진화되는 계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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