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유상봉에 “그렇게 살지 말라” 격앙
”증인은 정·재계 로비도 많이 했는데 경찰에 관계된 것만 진술하는 이유는 뭐죠. 경찰이 만만한가요.”
28일 열린 강희락 전 경찰청장(59.구속기소)의 ‘건설현장 식당(함바) 비리’ 사건 관련 재판에는 이날 오전 보석 허가가 취소된 브로커 유상봉(65)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열린 속행 공판에서 강 전 청장은 수의를 입고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서 유씨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유씨가 법정에 들어서자 강씨는 재판부에 “재판 과정에서 유상봉이 하는 행태를 보니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창피하지만 유상봉과 나만 아는 것들이 있으니 직접 신문해야겠다”고 요청했다.
강씨는 처음부터 “나에게 무슨 감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살면 안돼요”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격앙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제기된 경찰에의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 강씨는 “(경찰)청장을 잡아 넣으려면 인사청탁 밖에는 없기 때문에 몰아가는 것 아닌가? 검찰의 장단에 증인이 춤을 추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유씨를 몰아세웠다.
강씨가 “주지도 않은 것을 왜 줬다고 하느냐”고 묻자 유씨는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고 강 전 청장은 더 흥분한 어조로 반박했다.
강 전 청장이 “증인이 경찰에 관계된 것만 진술하는 이유는 경찰이 만만해서인가? 그러다 경찰만 부는 것이 이상하니 최영 강원랜드 사장, 장수만 방위산업청장을 끼워넣은 것 아니냐”고 물었고 유씨는 이에 대답하지 않았다.
강 전 청장의 변호인은 지난 4월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았던 유씨가 강 전 청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관련한 진술로 이날 다시 구속된 것과 관련, 검찰과의 ‘플리 바게닝’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유상봉 본인이 (강 전 청장에) 뇌물을 줬다는 사실을 검찰에 구속이 되면서 까지 검찰에서 진술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증인은 뇌물공여 외에도 함바 사건과 관련 수십억원대의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인데 이 건에서 혜택을 받기 위해 피고인에 대해서 검찰 측 주장대로 진술하는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오후 2시 시작된 재판은 신문이 길어지면서 약 8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0시에야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과 피고인측의 주장을 종합, 다음달 4일 속행 공판을 열기로 했고 유씨가 강 전 청장에 돈을 건넸다는 광화문 일대 커피숍 등지에서 현장 검증을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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