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 울린 평화의 하모니

DMZ에 울린 평화의 하모니

입력 2011-08-16 00:00
수정 2011-08-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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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렌보임 지휘 ‘웨스트이스턴 디반’ 임진각서 베토벤 교향곡 ‘합창’ 연주

●궂은 날씨에도 관객 1만여명 모여

15일 오후 7시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대공연장.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1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증오를 풀어 보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와 전설적인 지휘자 대니얼 바렌보임(69)을 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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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6주년을 맞아 15일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바렌보임 평화콘서트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대니얼 바렌보임(작은 사진 왼쪽)이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작은 사진 오른쪽)씨도 참가했다.  임진각 사진공동취재단
광복 66주년을 맞아 15일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바렌보임 평화콘서트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대니얼 바렌보임(작은 사진 왼쪽)이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작은 사진 오른쪽)씨도 참가했다.
임진각 사진공동취재단
앙숙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레바논·이란·이집트 등 서로 피를 흘렸던 나라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교향악단이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분단의 최전방에 선다는 상징성 때문에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콘서트 레퍼토리는 인류애와 인간해방의 염원을 담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일촉즉발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한복판에서 공연을 했던 행동하는 예술인 바렌보임으로선 대화의 문을 걸어잠근 남측 정부와 비무장지대(DMZ) 너머 북녘까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23분 늦은 시작·매미소리 등 1~3악장은 산만

예정된 시각을 23분 넘겨 바렌보임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0~12일,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와 마찬가지로 젊은 연주자로 짜인 웨스트이스턴 디반의 연주력은 기복이 있었다. 이날도 1~3악장에서 조금씩 흔들렸다. 매미와 아기 울음소리, 휴대전화 울림까지 겹쳐 관객과 연주자의 집중력도 흩뜨러트렸다. 나흘간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피로감이 겹쳐서인지 내한공연 첫날(10일) 누구보다 포디엄(지휘대)을 폭넓게 활용하는 등 역동적인 지휘와 커튼콜 이후 관객에게 꽃다발 포장지를 던져주는 등 장난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던 바렌보임도 지쳐 보였다.

●조수미 등 독창, 웅장한 곡해석과 ‘감동의 4악장’

하지만 어둠이 짙게 깔리고서 시작된 4악장부터 오케스트라는 흠잡을 구석이 없는 앙상블로 뽐냈다. 마지막 힘을 쏟아낸 바렌보임의 지휘와 그만의 남성적이고 웅장한 해석이 빛을 발휘했다.

바리톤 함석헌과 소프라노 조수미 등 독창자 4명의 빼어난 노래와 연합합창단(국립합창단·고양시립합창단·서울 모테트합창단)의 웅장한 하모니도 감동을 더했다. 다만 4악중 중반부에 소리가 잦아들었다가 테너 박지민의 독창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터져나온 박수로 흐름이 끊긴 것은 아쉬운 대목. 그렇더라도 “음악이 당장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로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할 수는 있다.”는 바렌보임의 말이 조금은 와 닿는 여름밤이었다.

파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8-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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