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女승무원들이 ‘외화반출’ 전달책
현직 항공사 승무원이 대거 연루된 외화 밀반출 사건이 적발돼 경찰이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R씨는 2009년 1월부터 3년 동안 모두 2800여 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로부터 약 32억원을 받아 달러로 바꾼 뒤 항공사 여승무원을 통해 필리핀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R씨는 송금을 의뢰한 노동자들로부터 회당 500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또 환차익까지 합쳐 1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미모의 M씨 등 필리핀 출신으로 국내 항공사에서 일하는 승무원 12명은 외화 밀반출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1만달러 당 50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한번에 1만~3만 달러를 개인 소지품에 감춰 출국한 뒤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현지 환전업자에게 건넨 것. 경찰은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승무원 5명은 지명 통보했다.
R씨는 경찰 조사에서 “항공사 승무원은 신분이 확실해 ‘배달사고’가 적고, 소지품에 대한 보안 검색도 형식적”이라면서 ”이 같은 점을 착안해 용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승무원에게 접근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은행 송금수수료가 높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필리핀 노동자들이 무등록 환전업자를 통해 고향으로 돈을 보냈다.”면서 “특히 불법 체류자일 경우 통장 개설이나 송금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R씨 등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슷한 수법으로 외화를 밀반출하는 조직이 더 있을 것”이라면서 ”첩보 수집 활동에 나서는 한편, 범행에 가담한 승무원들을 추가 파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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