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 쇠약해진 건강에 눈물의 작별…하루하루가 아까운 고령자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쇠약해진 건강에 눈물의 작별…하루하루가 아까운 고령자들

입력 2014-02-22 00:00
수정 2014-02-2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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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방문단 81%가 80세 이상…이산가족 고령화 복병

“통일될 때까지만 잘 기다려 줘. 언니, 나 기쁜 마음으로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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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북한 외금강 호텔 앞 구급차 안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돼 먼저 남으로 돌아가는 남측 김섬경 할아버지와 북측의 아들 김진천(65)씨가 작별을 하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북한 외금강 호텔 앞 구급차 안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돼 먼저 남으로 돌아가는 남측 김섬경 할아버지와 북측의 아들 김진천(65)씨가 작별을 하고 있다.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거동조차 힘들어 구급차에 누운 홍신자(84) 할머니는 21일 북측 여동생 영옥(82)씨의 울음 섞인 작별인사를 듣고만 있어야 했다. 기력이 쇠잔해져 대답조차 하기 힘든 상태라는 전언이다. 남측 상봉단 82명 가운데 홍 할머니와 김섬경(91) 할아버지가 건강 악화로 이날 남은 상봉 일정을 포기하고 오후 1시 10분 구급차에 실려 남측으로 귀환했다.

지난 20일에도 구급차에 실린 채로 북측 가족들과 만난 김 할아버지와 홍 할머니의 남측 동반 가족들은 상봉현장에 있는 의료진과 긴급협의를 갖고 더 이상의 상봉은 무리라고 판단해 아쉬운 작별을 했다. 홍 할머니는 지난 10일 척추측만증으로 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받았고 강원도 속초로 이동할 때도 휠체어를 이용했다.

감기 증세로 구급차에 실려 군사분계선을 넘은 김 할아버지는 개별상봉을 마치고 여한이 없느냐는 남측 아들 진황씨의 물음에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진황씨는 “아버님이 노환으로 다리를 못 쓰시고 고혈압약과 감기약을 복용하며 약 기운으로 버티고 있다”면서 “지난해 추석 때 상봉했다면 지팡이를 짚고 걸으셔서 이렇게 쇠약하지 않으셨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북측에 남겨두고 온 딸 춘순(67)씨는 “아버지 돌아가시지 말고 통일되면 만나요”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번 상봉에서 남측 방문단 82명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80.5%인 66명이다. 이에 따라 의료진 12명이 금강산에 동행했고 동반한 가족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휠체어와 의약품 등을 준비해 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 9264명 가운데 이미 5만 7784명이 숨졌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사망자는 연평균 3830명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들의 상봉 규모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9월 확정된 남측 이산가족 상봉자는 96명이었지만 상봉이 무산된 이후 지난 5개월 사이 14명이 건강상 문제가 생겨 상봉을 이루지 못했고 이 가운데 2명은 결국 가족과 재회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금강산공동취재단·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4-02-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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