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스승의 날

숨죽인 스승의 날

입력 2014-05-12 00:00
수정 2014-05-1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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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대한 묵념으로 차분히 진행

올해 스승의 날(5월 15일)은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상당수 학교가 기념식을 생략하거나 교사와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애도 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8~9일 전국 200개 초·중·고교를 표본 조사해 보니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11일 밝혔다.

교총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교가 스승의 날 정상수업을 하며 감사편지 쓰기, 교사에게 카네이션 달아주기 등 조촐한 기념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일부 학교는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거나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백일장을 여는 등 추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며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제자 사랑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장은 “올해에는 어린이날 행사도 못해 주어 미안했다”면서 “스승의 날을 차분하게 사제 간의 정을 나누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스승의 날 재량휴업에 들어가고, 경북의 한 중학교는 지역 소방서의 도움을 받아 소화기 사용법 등 재난안전교육을 할 예정이다.

교총은 올해 기념식을 열지 않기로 한 데 이어 스승의 날이 포함된 12~18일을 ‘스승 주간’이 아닌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 주간으로 정했다. 정부와 방송사 등이 기획한 스승의 날 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교사들이 참여하려고 했던 TV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과 대한민국 스승상 시상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대대적으로 추진하려던 ‘옛 은사찾기’ 캠페인도 활력을 잃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4-05-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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