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됐어도 그날 생각하면 오늘도 가슴 철렁 내려앉아”

“40년 됐어도 그날 생각하면 오늘도 가슴 철렁 내려앉아”

입력 2014-06-28 00:00
수정 2014-06-28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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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피침 40돌 맞은 해경 863함 부함장 부인 백정임씨

“1974년 6월 28일. 그날을 어떻게 잊겠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오늘 일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부산해경 전투경찰로 복무할 때 허판구 부함장의 월급을 유가족에게 직접 전달했던 서동환(왼쪽)씨가 백정임씨가 운영하는 부산 강서구 녹산동 고향추어탕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해경 전투경찰로 복무할 때 허판구 부함장의 월급을 유가족에게 직접 전달했던 서동환(왼쪽)씨가 백정임씨가 운영하는 부산 강서구 녹산동 고향추어탕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날따라 소나기가 천둥 번개와 함께 거셌다. 오전 11시쯤이었다. “모내기하는 친구의 논에 새참을 여럿이 가져다주고 집으로 돌아와서 막 돌 지난 막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데 부산에 사는 고모가 집안으로 뛰어들어오셨어요. 그러면서 지금 누워 있을 때가 아니다, 오빠 배가 가라앉았다고 한다며 절규하셨어요. 하늘이 노랬지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당시 863함과 함께 강원 속초 앞바다 깊은 물 속에 잠든 허판구 부함장의 부인 백정임(70)씨는 27일 엊그제 같은 그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되뇌었다. 세월호 참사로 해양경찰 해체가 결정된 가운데 북한 군함 3척으로부터 포격을 당해 침몰한 해경 863함 사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당시 승조원 28명 중 2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863함은 1941년 건조된 200t급 경비정으로, 오징어잡이 어선을 보호하는 경계임무 중 사건을 맞았다. 40년 가까이 승조원들이 근무 태만으로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벌어진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6월 28일 내무·국방조사단 진상조사가 잘못됐다는 서울신문 보도에 이어 정부 재조사를 거쳐 명예를 되찾았다.

남편을 잃을 무렵 백씨는 여섯 살, 다섯 살, 두 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었다. “일단 아이들 셋을 목욕시키며 말했어요. ‘나도 오늘부터 아버지처럼 죽었다. 너희 다 키울 때까지만 어떻게든 살겠다. 너희 키우는 데만 집중하고 한눈팔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하며 살겠다’고 말하며 스스로 다짐했어요.”

눈앞이 캄캄했다. 변변한 재산도 없었다. 닥치는 대로 일했다. 더 힘들었던 것은 11년 뒤인 1985년 일이다. 실종 10년을 넘겼다는 이유로 남편 급여가 끊기고 말았다. 순직처리가 되지 않아 민법에 따라 월급을 받고 있었는데 말이다. 서울대에 합격한 큰애의 학비를 댈 수 없었다.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에 다녔다. 참 미안했다.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지금도 옛일이 떠오르면 울다가 휴지 한 통을 다 쓴다. 다행히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남편 성품을 닮아서인지 아이들도 착하게 잘 자랐다. 최근에는 장한 어머니상을 받고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오찬에도 다녀왔다. 다만 죽기 전 소원이 하나 있단다. 남편의 국립묘지 안장이다. “나마저 죽으면 애들 아빠는 영영 잊혀지는 것입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국립묘지에 모시지 못한다니 이해할 수 없어요.”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4-06-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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