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기적’은 없었다…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모세의 기적’은 없었다…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입력 2015-03-16 16:41
수정 2015-03-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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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않고 ‘제 갈 길’ 고집…소방차 뒤 졸졸 얌체 차량도

“소방차가 출동 중입니다. 좌우로 피항해 주시기 바랍니다. 차로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16일 오후 2시, 지휘차·펌프차·구조버스·구급차 등 소방서 출동 차량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소방서에서 출발하며 사이렌을 울리고 방송을 했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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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길 터주기 동참해요’
’소방차 길 터주기 동참해요’ 제397차 민방위의 날을 맞아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영등포소방서 대원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안전처는 이 훈련을 교통량이 많고 혼잡한 주요 도로나 재래시장 등 전국 주요 정체구간 263곳에서 일제히 실시했다.
연합뉴스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도로를 지나면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에 대한 우선통행 규정에 따라 운행하는 다른 자동차들은 길을 터줘야 한다.

하지만 이날 영등포소방서 소속 긴급차량이 제397차 민방위 날에 맞춰 실시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의 하나로 약 7㎞를 달리는 동안 차량들은 양보 보다는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자동차들이 소방차가 통행할 수 있도록 양보해야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 타임’ 5분을 지킬 수 있지만 ‘모세의 기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영등포 로터리에서는 지휘차 앞을 달리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방송을 듣고 옆 차선으로 양보했지만 나머지 5∼6대 차량은 꿈쩍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특히 차가 밀리거나 신호에 걸리면 반드시 양보가 필요하지만, 소방차에 길을 터주려는 운전자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영등포 김안과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는 정체가 시작돼 규정대로라면 차들이 좌우로 조금씩 비켜 길을 터줘야 했지만 어떤 차량도 움직이지 않았다.

경인로 교차로에서는 적색 신호에 걸려 차들로 꽉 막혀 있었지만 차들은 신호만 기다릴 뿐 양보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서울 중구 중부소방서에서 출발한 길 터주기 훈련 소방서 차량들도 비슷한 상황에 막혀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을지로5가에서 을지로3가 방면으로 소방차가 1차로로 달리다 정지신호에 걸리자 앞에 서 있던 승용차 3∼4대는 2차로로 양보를 했지만 덩치가 큰 시내버스는 끝내 꿈쩍하지 않았다.

영등포소방서 서재근 현장대응단장은 “신호에 걸리거나 차량이 많은 경우 양보가 없어 어려움이 많다”면서 “심지어는 소방차가 양보를 받아 나갈 때 그 뒤에 붙어 따라가는 얌체 차량까지 있다”고 말했다.

양보는 차량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소방차가 지나가면 보행 신호라 하더라도 보행자는 건널목에서 잠시 멈춰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소방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 이날 훈련에서 소방차들은 주행 중 대부분을 시속 10∼20㎞의 저속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고, 적색 신호나 정체상황에서 모든 차량의 양보를 얻어내는 ‘모세의 기적’은 단 한 번도 목격할 수 없었다.

소방차 길 터주기와 관련해 구청 단위로 단속을 하지만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것이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012년 이후 최근 3년간 단속 건수는 모두 170건으로 한해 평균 57건이었지만, 올해는 1∼3월 사이에만 무려 65건 단속됐다.

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은 “화재나 구조 상황에서 1분 1초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면서 “길을 가다 소방차를 만나면 바로 좌우로 최대한 비켜서는 것이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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