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엄마 대신 집주인에게 살인죄 적용 이유는

‘큰딸’ 엄마 대신 집주인에게 살인죄 적용 이유는

입력 2016-03-08 16:30
수정 2016-03-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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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도록 부추기고 맞은 애 또 때려 쇼크 빠졌는데 ‘방치’

아직 엄마에게 응석을 부릴 나이인 7살 ‘큰딸’은 가출한 엄마와 얹혀사는 아파트에서 굶김과 감금에 이어 의자에 묶인 채 모진 매질을 당했다. 어린 딸이 견디다 못해 비명을 지르다 쇼크에 빠졌지만 방치돼 어른들과 세상을 증오하며 숨져갔다.

‘큰딸’이 끝내 숨진 데에는 딸을 때린 엄마 박모(42)씨보다 집주인 이모(45·여)씨의 ‘의도된’ 잘못이 더 컸다.

이 씨는 큰딸이 숨지던 날 큰딸을 때리도록 엄마를 부추기고 이어 자신도 폭행에 나서 결국 쇼크에 빠진 큰딸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이 사건과 관련, 아동복지법위반·사체은닉 혐의 등으로 송치된 이 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8일 기소했다고 밝혔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처분 또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의미한다.

큰딸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쇼크 상태에 빠졌는데도 이 씨가 방치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박 씨와 함께 2011년 7월부터 10월 25일까지 당시 7살이던 큰딸이 가구를 훼손한다는 등의 이유로 회초리를 비롯해 실로폰 채, 효자손으로 매주 1~2차례 간격으로 10대에서 최대 100대까지 때리고 아파트 베란다에 감금한 혐의다.

특히 큰딸이 숨진 같은해 10월 26일 박 씨를 다그쳐 큰딸을 때리도록 했다.

이 씨는 박 씨에게 “큰딸이 여기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네가 직접 들어보고 교육 좀 시켜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박 씨는 큰딸을 의자에 묶어 놓고 30여분동안 수십차례 평소보다 더 세게 허벅지, 종아리 등을 때렸다.

이 씨는 박 씨가 출근한 뒤 추가로 큰딸을 마구 때렸다.

그리고 그는 무려 4시간동안 큰딸을 방치했다.

큰딸은 폭행을 당하면서 비명을 지르다 쇼크에 빠진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드러났다.

이 씨는 큰딸이 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해 119에 신고하지 않는 등 긴급 구호조치를 끝내 하지 않았다.

큰딸의 엄마는 딸을 폭행하기는 했지만 살인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씨는 쇼크 상태에 빠진 큰딸을 그대로 방치해 살인 의도가 충분히 갖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큰딸은 숨지기 전 3개월동안 엄마와 이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매질을 당하고 보름동안 굶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큰딸을 두 사람이 끊임없이 폭행해 숨지게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망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큰딸을 때리고 이어 긴급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대상”이라며 “이 씨에 대한 살인죄 공소유지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 씨는 큰딸이 숨지자 ‘자수하자’는 딸 엄마의 요청을 극구 반대했다. 심지어 그는 시신을 불태워 없애자는 제의까지 하는 등 시신 은닉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사체유기 대신 사체은닉 혐의를 적용한 것은 사건을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남편과 불화로 가출한 박 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이 씨 등과 함께 큰딸을 폭행해 숨지자 같은 아파트에서 살던 지인들과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사실이 5년만에 밝혀진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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