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공무원 ‘직감’으로 전모 드러난 청주 여아 암매장 사건

20대 공무원 ‘직감’으로 전모 드러난 청주 여아 암매장 사건

입력 2016-03-19 20:47
수정 2016-03-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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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4살배기 여아 암매장 사건은 작은 의문점도 그냥 지나치지 않은 20대 젊은 여성 공무원의 관심에서 시작돼 5년 만에 비로소 그 전말을 세상에 드러냈다.

이 공무원의 관심이 없었다면 5년 전 비정한 부모에 의해 세상을 등진 4살배기 아이의 비극은 영원히 수면 아래로 묻힐 수 있도 있었다.

청주의 한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A(28)씨가 숨진 안모 양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17일이다.

A씨는 그날 오후 5시 40분께 청주 모 초등학교로부터 미취학 아동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안 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2014년 3월 취학했어야 할 안 양은 3년째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딸의 소재를 묻는 교사의 질문에 안 양의 아버지는 “외가에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A씨는 불현듯 의심이 들었다.

A씨는 “취학할 때를 3년이나 넘긴 아이가 외가에 그냥 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씨는 수소문 끝에 안 양의 외갓집에 연락이 닿았다. 순간 의심은 더 큰 의심으로 번져갔다. 외가에서는 안 양이 살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A씨는 이 사실을 곧바로 학교에 알렸고, 안양의 행방을 묻는 교사의 질문에 안양의 계부(38)는 “경기도 평택의 한 고아원에 버리고 왔다”는 말로 둘러댔다.

그러자 A씨는 뭔가 큰일이 있음을 직감,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학생의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학부모가 상담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한 매뉴얼을 따른 것이다.

A씨는 “보통 미취학 아동이 있어 가정방문을 해야 할 때는 담당 교사와 사회복지 공무원이 동행하는데 이번에는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들어 경찰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을 찾아온 A씨와 교사, 경찰관이 딸의 소재를 묻는데도 안 양의 부모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거짓말로 일관했다.

이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 뒤인 지난 18일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귀가한 어머니 한모(36)씨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19일 안 양의 계부를 집중 추궁해 5년 전 숨진 딸의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A씨는 “어떻게 부모가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너무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은 안 양이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진천 야산을 수색하고 있지만, 아직 시신은 찾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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