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연구팀 분석…“아동학대 피해, 사회 전체에 영향”

아동학대로 인해 한국 사회가 매년 부담하는 직·간접 비용이 많게는 76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대받은 아동을 보호·치료하는데 드는 비용과 피해 아동이 추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정신적 질환, 노동력 상실, 범죄 등 제반 후유증으로 인해 유발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모두 합치면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정 박사후연구원과 정익중 교수는 아동학대의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계한 결과 최소 3천899억원에서 최대 76조원의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외국에서는 아동학대 피해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분석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연구팀은 아동학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나눠 계산했다.

직접비용에는 2014년 실제로 들어간 아동보호서비스 비용, 입양 등 가정 외 보호 비용, 신체적·정신적 상해로 인한 병원비 등을 포함했다.

간접비용에는 아동학대 피해자가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정신질환을 비롯한 건강 이상 치료비, 특수교육비, 이혼이나 범죄 비용, 기초생활보장비용, 생산성 저하나 실업·미취업 비용 추정치를 넣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아동학대 피해자 수가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2015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학대 피해자 수와 2011년 보건복지부와 숙명여대가 공동 시행한 ‘전국 아동학대 실태조사’에 근거한 수를 각각 최소치와 최대치로 상정해 각각의 비용을 구했다.

그 결과 직접비용만 최소 885억원에서 최대 8조원에 달했다. 간접비용은 직접비용의 3∼8배 수준인 3천14억∼68조원으로 추산됐다.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을 합친 총 비용은 3천899억∼76조원이었다.

최소와 최대비용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 아동 대비 지난해 아동학대로 신고된 아동수의 비율이 0.11%로 매우 적은 반면, 실태조사에서는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아동의 비율이 25%로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 학대받는 아동에 비해 외부로 알려진 아동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목별 비용은 생산성 저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고, 미취업·실업으로 인한 손실, 장래 정신질환으로 인한 병원비, 신체적·정신적 상해로 인한 병원비, 범죄 비용, 이혼 비용 순이었다.

아동학대의 사회경제적 총 비용이 2014년 국내총생산(GDP·1천486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0.03%에서 최대 5.1% 수준으로 집계됐다.

실제 신고된 아동학대 피해자 비율(최소비용)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미국(0.50%), 캐나다(1.77%), 일본(0.33%)에 비하면 매우 작았지만, 이는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아동학대 발견율이 매우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아동학대가 발생할 경우 우리 사회는 이를 해결·구제하고자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며 “아동학대 예방에 중점을 두고 아동학대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아동학대 발견율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는 오는 31일 한국아동복지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한국아동복지학’에 실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