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걸린 할멈 잘 보살펴야죠” 84세에 요양보호사 합격

“치매걸린 할멈 잘 보살펴야죠” 84세에 요양보호사 합격

입력 2016-05-16 14:57
수정 2016-05-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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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역대 최고령 합격자 성대식 할아버지

“3년째 투병 중인 우리 할멈을 이제 더 잘 보살필 수 있을 것 같아요.”

울산 중구에 거주하는 성대식 할아버지는 지난달 실시한 제18회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서 울산 최고령으로 합격했다.

지난 1회 시험부터 합격자를 모두 합해도 울산에선 가장 나이가 많다.

그의 나이 84세. 누군가를 돌보기보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성 할아버지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것은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84) 때문이다.

아내는 2014년 초 치매 3등급을 받았다.

아내는 어느 순간 성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도 “내 집이 아니니 집을 찾아가겠다”며 집을 나서려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젊은 요양보호사들이 방문해 돌봐주기도 하지만, 밤에 아내에게 증상이 나타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자주 집을 방문하던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보살피는 법을 배우는 것 자체가 아내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되고, 할아버지 자신의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성 할아버지는 지난해 5월부터 집 근처 학원에 다니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 점심 먹고 또 학원에 가서 2시간 30분가량 공부했다.

할아버지는 6주를 공부해 응시 요건인 이론 80시간, 실기 80시간, 실습 40시간을 마쳤다.

할아버지가 공부하러 갈 때면 요양보호사들이 할머니 수발을 들었다.

그는 필기와 밑줄을 친 600페이지가 넘은 교재를 내보이며 “나이가 들어 책을 거의 보지 않았는데 막상 시작하니 목표가 있어서인지 공부가 잘 됐다”며 웃었다.

요양보호사가 된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경찰관으로 일하면서 자주 집을 비웠다. 할멈을 보면 내가 외롭게 해서 치매가 온 것은 아닌지 마음이 먹먹할 때가 있다”며 “이제 우리 할멈 씻기는 것부터 배운 대로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늙은 나이에 뭐라도 공부할 수 있게 해준 할멈에게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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