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유석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처=문유석 페이스북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에 대해 현직 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의 문유석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에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고,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문 판사는 2015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개인주의자 선언’의 문장을 인용해 글을 올렸다.
문 판사는 “인간의 폭력성은 일부 특수한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도와 양상만 다를 뿐 어딘가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판사는 직업상 평생 인간의 폭력성을 낱낱이 지켜보아야 한다. 매주 연이어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재판한 기억이 있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아내를 망치로 때려 살해하고, 여관으로 다방 여종업원을 불러 성폭행 후 살해하고, 헤어지자고 한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의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붙이고, 불 붙은 채로 살려고 물가로 달려가는 그녀를 다시 쫓아가 돌로 내리치고...”이라고 적었다.
문 판사는 연속으로 이런 사건을 보다 보면 마치 포식자인 한 종(種)이 일방적으로 다른 종을 살육하는 광경 같기도 했다는 느낌도 전했다. 문 판사는 “어떨 때는 인간이란 끔찍하게 폭력적인 영장류 동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문 판사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100% 동물이다. 그것도 흉폭한. 사회란 약육강식의 정글이고. 평화로운 자연 상태 같은 것은 존재한 적도 없다. 인간은 문명이라는 구속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가까스로 아슬아슬한 인위적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공격, 혐오 본능의 발현에 대해서는 다소 과도할 정도의 분노, 경고,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는 연대의식은 약육강식의 본능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구속복인 것이다”라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유석 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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