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신영자 측에 日롯데 지분 6.2% 이전…탈세 적발 규모 최대 수준해외 페이퍼컴퍼니 동원해 액면가로만 거래…사실상 허위거래 정황
롯데 오너가(家)에서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지시에따라 사상 최대 규모인 6천억원대의 탈세가 빚어진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탈세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롯데 오너가에서 불법적으로 부(富)를 세습한 단서가 확보되면서 검찰의 수사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5일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증여 과정에 관여한 롯데그룹정책본부와 법률 자문을 맡은 A법무법인으로부터 압수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6)씨와 딸(33)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넘겨줬다. 신 총괄회장은 장녀인 신영자(74·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도 같은 회사 지분을 이전했다.
서씨 측과 신영자씨 측으로 넘어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6.2%에 달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회사로, 지분 1%의 가격이 1천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 총괄회장과 서씨, 신영자씨는 지분 이전 과정에서 양도세나 증여세 등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윤곽이 드러난 탈세 규모는 6천억원대로, 지금껏 적발된 재벌가의 증여·양도세 탈루 사례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오너가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개설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4곳 이상을 지분 거래 과정에 동원했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 6.2%가 해외에서 여러 단계에 걸쳐 매매된 뒤 결국 서씨와 신영자씨 측이 차명보유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으로,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목적으로 보인다.
이런 탈법 거래는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설계하고 A법무법인이 구체화했다.
주식을 팔고 사는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허위거래로 볼 만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소 수천억원짜리 지분인데도, 액면가대로 수억원에 사고 판 단서가 검찰에 확보됐다.
지분 이전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실무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신 총괄회장이 ‘드러나지 않게 세금을 안 내고 지분을 넘길 방법을 알아보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재산의 불법 세습 문제로 직결된다. 검찰 관계자는 “과세 당국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한 수법을 동원한 점에 비춰 불법적인 상속이나 재산 세습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슷한 유형의 지분 거래가 더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 총괄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등이 탈세 등 부당한 방법으로 이전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거액의 탈세 정황이 드러난 만큼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주식 이전 과정에 대한 수사를 마치는대로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의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확정되면 탈루세액에 대한 추징보전 절차도 밟을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