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프라다 구두·모자까지 벗겨진 ‘실세’… 고성·몸싸움 아수라장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프라다 구두·모자까지 벗겨진 ‘실세’… 고성·몸싸움 아수라장

조용철 기자
입력 2016-10-31 23:52
수정 2016-11-0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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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檢 출석에서 긴급체포까지

시민 수백명에 외신까지 몰려
한 시민, 청사에 오물 투척 ‘항의’
최씨 “공황장애” 호소에 약 복용
저녁식사로 곰탕 한 그릇 다 비워
“딸만 있지, 아들 없다” 진술도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검찰 직원들에게 의지한 채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과 분노한 시민들이 최씨에게 몰려들면서 착용했던 모자와 안경이 벗겨졌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검찰 직원들에게 의지한 채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과 분노한 시민들이 최씨에게 몰려들면서 착용했던 모자와 안경이 벗겨졌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72만원짜리 구두
72만원짜리 구두 취재진과 시위대에서 벗어나려다 벗겨진 최씨의 신발 한 짝. 검찰 청사 출입문 인근에 떨어져 있던 이 신발은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 제품으로 판매가는 72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모녀의 거처였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서는 페라가모, 프라다, 구찌, 몽클레어 등 수입 명품 구두가 대량으로 발견된 바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주인 잃은 검은색 프라다 명품 신발 한 짝이 인파에 밀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을 굴러다녔다. 보다 못한 누군가가 주워다 준 뒤에야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선 실세 의혹의 주인공은 두 발로 걸을 수 있었다. 국정을 농락하던 ‘만인지상’에서 평범한 ‘강남 아줌마’로 돌아온 최순실(60·긴급체포)씨는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다.

31일 오후 3시 최씨의 등장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오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 외에 시민 200여명이 모여 최씨가 변호인의 차에서 내리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일부 시민들은 “최순실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청사 안으로 들어서는 최씨를 뒤따랐다. 이날 검찰청사 앞에는 해외의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 매체뿐 아니라 미국 AP, 프랑스 AFP, 일본 NHK·TBS·후지TV 등 외신 취재진도 대거 운집했다.

검은색 코트와 남색 바지를 입고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놀란 듯 이내 자신의 손으로 남은 얼굴마저 감쌌다. 당초 최씨는 포토라인에 서서 자신의 입장을 짧게 밝힐 예정이었으나 쏟아지는 함성과 몸싸움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검찰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부랴부랴 청사로 진입했고, 몰려든 취재진 등에게 떠밀린 최씨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세 차례에 걸쳐 휘청거렸고, 결국 수행한 검찰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현관을 통과했다. 신발 한 짝과 모자, 그리고 안경까지 벗겨진 채였다.

검찰 청사 내 엘리베이터에 올라선 이후에야 최씨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라며 국민들을 향해 자신의 첫 입장을 밝혔다. 목도리로 입을 가리고 흐느끼더니 이내 얼굴이 눈물 범벅이 돼 있었다.

최씨가 청사에 들어간 뒤 한 중년 남성은 오물통을 들고 청사에 난입하려다 제지당하고, 이 과정에서 오물이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에 뿌려지기도 했다.

31일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31일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최씨는 서울중앙지검 7층 형사8부장실에 들어서고서야 벗겨진 신발도 찾고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다. 최씨는 부장실에 있던 한웅재 부장의 쌍둥이 딸 사진에 관심을 보이면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자신에게는) 딸만 있지 청와대에 근무하는 아들이 없다”고 말했다. 20분가량 이뤄진 부장검사 면담에서 그는 한 부장에게 “나 때문에 이런 혼란이 생겨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장이 안 좋고 평소 공황장애가 있다”고 호소했고, 검찰은 처방전을 확인한 뒤 약 복용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날 저녁 식사로 청사 인근에서 배달된 곰탕 한 그릇을 다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은 “일부 시위대의 무질서한 행동으로 포토라인이 무너진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최씨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최씨가 출두 과정에서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며 “최씨가 서울의 한 호텔에 체류했고, 귀국 후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증거인멸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최씨는 2007년 소송 과정에서 “1979년부터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상가에서 패션 대리점을 2년간 운영했으며, 1982년부터 1985년 사이 인테리어점과 학원을 통해 재산을 늘렸다”고 주장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력 위조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그동안 최씨는 1981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의 ‘퍼시픽 스테이트 대학’에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11-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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