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왕실장’ 김기춘, 최순실 국정농단 관여했나

‘청와대 왕실장’ 김기춘, 최순실 국정농단 관여했나

입력 2016-11-22 13:36
수정 2016-11-2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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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崔 관계 의심 진술·정황 있어…金 “통화한 일도 없다” 부인

현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검찰 또는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최씨와 일면식도 없다”며 최씨와의 관계를 적극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두 사람이 아주 낯선 관계는 아니라고 추정해볼 만한 정황이나 진술이 계속 나와 검찰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안팎에서 김 전 실장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그가 청와대에서 누렸던 막강한 지위와 권한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은 현 정부 초기인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자이자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인물이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박 전 대통령의 종신 집권 플랜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유신 헌법’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과는 2000년대 중반 국회의원 시절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에선 ‘친박 원로’ 모임인 ‘7인회’ 멤버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의 회장을 지냈고, 2012년 6월에는 재단법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이런 이력과 충성심 덕분에 청와대에서도 박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터웠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십수년간 박 대통령의 분신처럼 활동한 이력은 한편으론 최씨와의 관계를 의심케 하는 배경으로도 작용한다.

청와대 역대 어느 비서실장보다 막강한 위세를 누려 ‘왕(王)실장’ 타이틀까지 붙은 그가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최씨의 존재, 나아가 최씨의 국정농단을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김 전 실장이 최씨라는 인물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은 곳곳에 있다.

김 전 실장은 일본차병원(일본TCC)에서 면역세포치료를 받았는데 이를 소개해 준 곳이 최씨가 단골로 다녔는 차움의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치료비 50%를 할인받은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차움의원 역시 방문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씨 등에게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 처방해 준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은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데드 원장을 2013년 8월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한 것도 김 전 실장이다.

김 전 실장은 아울러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최씨가 소유한 강남구 신사동의 한 빌딩 사무실을 이용하면서 조각 등 정부 운영의 틀을 짰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 전 실장과 최씨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의심할 만한 진술도 나와 있다.

김 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최근 검찰에서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최씨 일가의 이권 사업을 지원하고 대외비 문서를 빼내는 등 전횡을 저지른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최씨의 국정농단이 사실상 김 전 실장을 매개로 더 노골화된 게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김 전 실장을 일단 ‘수사 대상 리스트’에 올려놓고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 수사는 일단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재직 시절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서로 관계가 있다면 최씨의 국정개입을 알면서도 묵인 또는 방조했는지 등에 맞춰져 있다.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약 8개월 간 김 전 실장과 함께 근무한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 우 전 수석 등과 관련해 아직 범죄 혐의가 발견된 것은 없다”면서 “일단 특검 전 남은 기간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물리적 여건상 검찰에서 관련 의혹을 다 살펴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검찰에서 마무리하지 못하면 특검에서라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이달 초 언론에 “최씨 관련 보고받은 일이 없고 최씨를 알지 못한다. 만난 일도 통화한 일도 없다”며 관계를 강하게 부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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