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올랐다…내 월급만 빼고” 팍팍한 세밑, 옅어진 새해 희망

“다 올랐다…내 월급만 빼고” 팍팍한 세밑, 옅어진 새해 희망

입력 2016-12-25 10:50
수정 2016-12-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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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공공요금 ‘비상’…식탁엔 세네갈産 갈치·가공식품

“계란 두 판에 라면도 한 박스 샀어요. 통 불안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주부 노모(40·경기 성남시) 씨는 장을 보러 나갈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생필품 가격에 깜짝깜짝 놀란다.

당장 필요가 없는데도 값이 더 오를 것 같아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주워담는다.

지나치게 예민해져 유난을 떠는 게 아닌가 물어보니 주위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요즘 같은 세상에 공무원 남편을 둔 게 어디냐고들 하지만 빠듯한 월급으로 시도 때도 없이 오르는 물가를 감당해내기가 여간 힘이 부치지 않는다.

서울의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8) 과장 가족은 요즘 외식을 아예 끊다시피 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딸을 둔 김 과장은 맞벌이를 하는데도 양육비 대랴, 전세 대출금 갚으랴 갈수록 팍팍해지는 생활에 가슴이 답답하다.

생활비를 아낀다고 식사를 가급적 집에서 해 먹지만 야채, 생선, 과일 등 비싼 식재료 가격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국산 대신 세네갈산 갈치를 사 먹고, 신선 식품보다는 햄, 어묵 같은 가공식품 반찬이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이유다.

연일 들려오는 물가 인상 소식에 세밑 서민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다.

한 해 동안 신세를 진 이들에게 조그만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요즘 얇은 지갑이 더욱 원망스럽다.

라면, 빵, 계란, 콜라 등 서민이 즐겨 찾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맥줏값도 잇따라 올랐다.

농심은 지난 20일부터 라면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4% 인상했다.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육개장사발면은 800원에서 850원으로 올랐다.

베이커리 업계 1위 파리바게뜨도 이달 19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앞둔 케이크도 값이 올랐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계란도 가격이 크게 오른 데 이어 제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맥주 업계 1, 2위인 오비와 하이트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고, 코카콜라도 코카콜라와 환타 출고가를 평균 5% 상향 조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과 상하수도, 도시가스 등 전국의 공공요금도 들썩거린다.

오는 30일부터 대구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이 교통카드 기준으로 일반 150원, 청소년 80원 오른다.

경남도는 내년 2월부터 부산―김해 경전철 요금을 기존 1천200원(성인 기준)에서 1천400원으로 16.7%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도 내년 2월부터 도시철도 요금을 1천200원에서 1천300원으로 8.3%, 경전철 기본요금을 1천200원에서 1천400원으로 16.7% 인상할 계획이다.

경기도에서도 과천·안양·의정부·양주, 동두천·가평 등 6개 시·군이 내년 1월 상수도 요금을 3.6∼18% 올린다.

충주시는 내년 1월 상수도 요금을 평균 9% 인상하고, 음성군도 상수도 요금을 10.4%, 하수도 요금을 12.8% 인상한다.

제주도는 내년부터 종량제 봉투값을 40% 인상하고, 세종시도 20ℓ짜리 쓰레기종량제 봉투 가격 59%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 달째 1%대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생활물가지수도 2년 4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에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반면, 월급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영 신통치 않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는 체감 물가와 제자리걸음인 임금 사이의 괴리에 대한 하소연이 쏟아진다.

‘morn****’란 아이디를 쓰는 사용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물가 상승에 비해 월급은 너무 안 오른다”며 “10년 전에도 월급 150만 원이면 적은 거였는데 지금 150만 원 받고 일한다”고 했다.

‘ahnl****’도 “물가는 10배가 됐는데 급여 수준은 10년 전이랑 똑같다”며 “정말 심각하다고 느낀 건 나이 든 독신여성이란 이유로 월급이 거의 10년째 동결된 직장 선배를 봤을 때였다”고 탄식했다.

“돈돈 하며 살고 싶진 않지만 월급은 일하는 것만큼 못 받는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 월급 모아서 언제 빚 갚고 미래를 준비하나”(‘mirac****’), “500원이던 과자 한 봉지가 1천400원이 된 거 보고 오열했다”(‘qwas****’)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 상승률은 2011년 -0.9%를 기록했다가 2012년 5.3% 오른 뒤 2013년 3.9%, 2014년 2.5%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3.5%로 약간 높아졌지만, 올해 다시 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사업체의 경우 정액 급여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임금 상승 폭 둔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달 펴낸 고용동향 분석에서 “상용 근로자 임금 상승률은 최근 몇 년간 2∼3% 안팎에서 정체되다 특별급여 지급 등으로 올해 들어 8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상승했다”며 “그러나 정액 급여 증가율이 점점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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