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이 달라졌다”…주문·냉동 가공식품으로 대체

“차례상이 달라졌다”…주문·냉동 가공식품으로 대체

입력 2017-01-22 11:16
수정 2017-01-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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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정성’이 중요…외래음식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아

경남 함안군에 있는 차 씨 집성촌의 며느리 윤모(59) 씨는 2년 전부터 명절 차례 음식을 대부분 마트나 시장에서 산다.

예전에는 송편과 전, 수육을 모두 집에서 만들었으나 이제는 명절 당일 탕국과 밥만 하면 차례상을 차릴 수 있다.

윤 씨는 “가족들과 일부 친척들만 먹을 양이어서 간편하게 사면 되고, 차례상 차릴 때도 전통 격식에 덜 얽매이고 유과 대신 빵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춘천에 사는 주부 손모(50) 씨도 몇 년 전부터 차례상 음식을 전통시장에서 사거나 냉동 가공식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그에게 명절 차례상 준비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절 음식을 손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나니 명절 스트레스도 덜하다.

명절 차례상이 점점 간소해진다. 핵가족화로 남는 음식 뒤처리에 부담을 느끼거나 바쁜 직장생활로 음식을 준비할 여유가 없어서다.

정성을 다해 손수 준비하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아예 차례상을 통째로 주문하는 초간편 사례도 늘고 있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에 차례상 마련 때문에 인상 쓰기보다는 가급적 간소하게 준비하고 가족, 친척들과 함께 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휴식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갑은 얇아지는데 치솟는 재료값도 간편 트렌드 확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수도권 차례상 주문판매업체 ‘다례원’은 최근 3주간 전체 매출에서 4∼6인분 차례상(22만5천원) 주문이 15%가량 증가했다.

평년에는 10∼12인분(25만5천원) 차례상이 주문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소비자의 상품선택에 변화가 생기면서 매출도 10%가량 감소했다.

다례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차례상을 주문하면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차례 음식을 먹었는데 요즘에는 아침만 먹고 점심, 저녁은 외식하거나 다른 먹거리를 찾는 식으로 소비행태가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마련해주는 제사홈쇼핑 대구본점도 예약 주문량이 이미 100건을 넘어섰다.

이런 소비행태 변화는 대형마트의 주요 상품 구성에서도 읽힌다.

대형마트들은 동그랑땡, 대구전, 떡국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조리 식품 판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산 이마트의 경우 지난주 월요일부터 수요일(16∼18일)까지 해물완자전, 고기완자전, 명태전 등 제수 음식 매출이 전주대비 81.2% 증가한 상태다.

같은 기간 떡국 육수로 활용하는 사골육수와 양지 육수 제품은 3배 증가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피자나 치킨, 바나나, 파인애플 등을 올리기도 한다.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의견과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의견이 맞서지만, 기존 차례상 메뉴를 고집하는 것은 명절의 본래 취지와 거리가있는 관습일 뿐이라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

차례상에는 신과 교접하기 위한 술, 안주인 고기, 조상들이 드실 밥과 국, 나물과 후식으로 과일을 종류별로 한두 가지만 올려도 예에 어긋나지 않는다. 굳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릴 필요는 없다.

꼭 전통 음식만 올려야 한다는 규범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외래음식이나 수입산 과일을 올려놓아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한국 유교문화의 본산인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간단하게 준비해도 조상께 정성을 들이는 것이 차례상의 본질이다”며 “홍동백서·조율이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이라며 “형식에 얽매이지는 않더라도 조상을 향한 효(孝) 정신만은 변치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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