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억울함 호소·강력한 처벌 촉구“주도면밀한 계획범행” 주장…경찰은 “계획 살인 증거 못 찾아” 검찰 송치
강원 춘천에서 연인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사건과 관련 유족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피의자 얼굴과 신상정보 공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2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춘천 살인사건 전말을 공개합니다. 국민청원에 동참을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있다.
자신을 피해자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피해자와 피의자의 첫 만남부터 사건 당일까지의 행적을 자세히 적었다.
앞서 피해자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쓴 글과 이날 외삼촌이 올린 글, 경찰 수사 내용 등을 토대로 정리하면 피의자 A(27)씨와 피해자인 그의 여자친구 B(23)씨가 정식으로 교제한 기간은 3개월이다.
두 사람은 5∼6차례의 만남을 가졌으며 A씨는 두 번째 만남부터 결혼 얘기를 꺼냈다.
A씨는 아버지가 내년 5월 정년이라는 이유로 그 전인 4월에 꼭 결혼해야 한다며 결혼을 서둘렀다.
사건 발생 당시 범행 이유가 ‘혼수 문제’로 전해졌으나 유족들에 따르면 혼수는 안 하기로 서로 합의했으며 오히려 B씨 측에서 더 많이 제공해주려 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신혼집’이었다.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와 서울에 직장을 잡은 B씨는 신혼집 마련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A씨는 식당 2층(옥탑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려 했으나 B씨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이에 B씨는 춘천과 서울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퇴계원에 작은 아파트를 알아봤고, A씨도 동의하면서 갈등은 끝이 나는 듯했다.
그러던 지난달 24일 A씨는 아침부터 B씨에게 연락해 춘천으로 와달라고 했다.
B씨는 곧 남동생이 휴가를 나오는 등 집안일이 있다고 사정을 얘기했지만, A씨는 계속해서 와주기를 권유했고 B씨는 ‘잠시 얼굴만 보고 일찍 가겠다’는 약속을 받고는 춘천에 갔다가 살해당했다.
유족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일 오후 8시께 B씨 부모는 딸에게 ‘도착했냐’는 메시지를 보냈고, B씨는 ‘진작에 도착했다. 저녁 먹으러 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B씨 부모는 두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두절되자 10시께 A씨 식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전화를 걸어 A씨 엄마에게 연락 두절 상태를 알렸다.
그리고 30분 뒤 A씨 엄마는 B씨 부모에게 “어떡해요, B가 죽었어요”라고 울부짖었다.
살인 추정 시각 오후 9시 30분에서 30분 뒤인 오후 10시 A씨는 옷을 갈아입고 범행현장을 빠져나와 지인이 있는 교회로 도주했다.
유족들은 정황상 이번 사건을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잔인무도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로 B씨가 피치 못할 사정을 얘기했음에도 A씨가 무조건 춘천으로 오라고 유인한 점과 저녁 장소가 A씨 식당이며, 엄마가 있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분위기가 안 좋았을 리는 없었을 것 같다는 점을 들었다.
또 식당에서 2층으로 올라간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한 점과 살해 후 30분 만에 옷을 갈아입고 현장을 빠져나와 도주한 점도 계획 살인의 근거로 내세웠다.
유족들은 “살인을 저지른 A씨가 초범 등 이유로 감경을 받아 사회로 나온다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일은 명백하다”며 “사회와 영원히 격리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잔인하고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도 피의자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춘천경찰서는 “계획 살인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하고 잔인하게 시신을 훼손한 범행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으나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한편 지난달 31일 유족이 게시한 청원에는 2일 현재까지 6만1천 명이 넘게 동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