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채취 때문에 죽을 날만 기다리던 반달가슴곰 3마리 구출

웅담 채취 때문에 죽을 날만 기다리던 반달가슴곰 3마리 구출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2-07 13:33
수정 2018-12-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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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시민 기금으로 동해서 웅담 채취용 사육 곰 매입

절기상 ‘대설’인 7일 강원 동해시의 한 농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흘렸다.



녹색연합과 동행한 수의사는 농장 철창에 갇힌 곰 3마리를 구출하기에 앞서 반달가슴곰의 몸 일부를 마취했다.

사람들의 등장에 철창 안에서 술렁이던 반달가슴곰들은 잠시 후 잠이 든 것처럼 꼼짝하지 않았고,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들것에 싣고 나와 케이지로 옮겼다.

태어난 지 4년이 흘러서야 사육장 철창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곰의 건강상태는 시멘트 바닥에서 오래 생활해 발바닥이 갈라지고 출혈이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건강했다.

‘반이’, ‘달이’, ‘곰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3마리 반달가슴곰은 무진동 차량에 실려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으로 향했다.

인간에게 웅담을 제공하기 위해 평생 철창에 갇혀 살아갈 처지에 있던 반달곰이 사육장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십시일반 격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 덕분이다.

녹색연합은 최근 시민 3천639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펀딩’으로 돈을 모아 사육 농가로부터 곰 3마리를 매입했다.

환경부는 각 동물원에 곰 사육장 리모델링을 위한 시설비를 지원하고, 동물원은 임시 거처를 내어주었다.

녹색연합은 이날을 ‘사육 곰 산업을 종식하는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제선 자연생태팀장은 “온라인 모금을 통해 시민이 낸 기금으로 철창에 갇힌 곰 3마리를 구출, 임시 보호시설로 이송하게 됐다”며 “곰들이 국가가 만든 영구 보호시설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구출한 곰 3마리는 정부가 1981년부터 시행한 반달가슴곰 사육 정책에 따라 러시아 등에서 수입한 아시아 흑곰들의 후예다.

1981∼1985년 수입된 사육 곰 후손은 2000년대 중반 1천400여 마리에 달했다.

정부는 2014년 사육 반달가슴곰 증식을 금지했지만, 웅담을 채취하는 목적으로 남아 있는 반달가슴곰 540마리는 아직도 쇠창살에 갇힌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녹색연합은 이날 곰 구출을 시작으로 남은 곰들이 국가 보호시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지속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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