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보답할 차례”… 기초생활수급자들 기부 행렬

“이젠 보답할 차례”… 기초생활수급자들 기부 행렬

윤수경 기자
입력 2020-03-09 22:34
수정 2020-03-1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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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겨냅시다!] 1만~2만원씩 모아 주민센터 전달…뇌병변장애 60대도 200만원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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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남기고 간 기부금과 쪽지. 쪽지에는 ‘죽을 사람을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살려주심을 너무 고마워서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관악구 제공
지난 5일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남기고 간 기부금과 쪽지. 쪽지에는 ‘죽을 사람을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살려주심을 너무 고마워서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관악구 제공
“그동안 받은 도움에 이젠 제가 보답할 차례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몸과 마음이 위축된 가운데 코로나19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의 기부가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주민센터에 한 노인이 찾아왔다. 노인은 주민센터 직원에게 100만원이 든 너덜너덜해진 봉투만 전하고 곧바로 사라졌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황급히 쫓아가 어떠한 사연인지 물었더니, 간단한 사연만 남기고 익명으로 기부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노인은 삼성동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난달 외출을 했다가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직원에게 노인은 “격리 생활을 하던 중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생필품을 넉넉하게 가져다주고 매일 건강과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전화를 걸어줘 감사했다”고 말했다.

구로구와 성북구, 성동구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의 정성이 전해졌다. 구로구에 사는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지난 4일 “코로나19로 힘든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56만원을 구로구 관내 동주민센터에 전달했다. 매달 1만∼2만원씩 어렵게 모아온 돈이었다. 지난달 26일에는 성북구 길음2동주민센터에 한 남성이 주민센터에 봉투를 던지고 갔다. 봉투 안에는 ‘저는 기초수급자로 그동안 나라에서 생계비를 지원받아 생활했습니다. 대구 코로나19 피해 소식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준비했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와 현금 118만 7360원이 들어 있었다. 성동구에선 지난 4일 뇌병변장애를 가진 60세 기초수급자가 200만원을 의료진을 위해 내놓기도 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20-03-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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