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는 징역 5년으로 법정구속
입양아동 정인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모와 양부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2021.5.14 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씨에게 14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미 (피고인의 학대로) 췌장에 손상을 입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복부를 발로 밟았다”면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장기 대부분이 복부에 집중돼 있다.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하면 장 파열이 발생할 수 있고,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주요 장기에 치명적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 사망 당일) 피해자의 의식이 저하되는 상황에서도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119에 신고하지 않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전혀 없는 16개월 영아인 피해자의 복부를 밟았고, 복부에는 생명 유지에 중요한 장기가 있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 결과를 충분히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인이 입양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정인이를 혼자 있게 하거나 폭행하는 등 정인이를 학대한 장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아 정인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주위적 공소사실 살인, 예비적 공소사실 아동학대치사)로 기소됐다.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장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찰은 “장씨의 지속적인 학대로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은 피해자의 배를 강하게 밟으면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씨는 정인이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배를 손으로 때린 적은 있지만, 바닥에 넘어뜨려 배를 발로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뼈가 골절될 정도로 학대한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은 없다”면서 “췌장 절단으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은 그 전의 학대로 이미 피해자의 복부가 손상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사망 당일 피해자를 재차 가격해 췌장이 절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른 둔기 등으로 피해자의 복부를 가격했다면 피해자의 몸에 멍 등의 외관상 피해가 관찰돼야 하는데 피해자의 복부에는 명 등의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당시 가슴 수술을 받아 손 사용이 불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손으로 피해자의 췌장 절단이나 장간막 손상을 일으킬 정도의 강한 둔력을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던 피해자의 복부를 적어도 2회 이상 강하게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정인이를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정인이에 대한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37)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아버지의 책무를 버리고 부인이 피해자를 학대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보고만 있었을 뿐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아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면서 안씨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안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안씨의 학대와 방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장씨가 정인이를 심하게 때리고 다치게 한 일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야 그런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던 상태였다. 배우자의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 하고 있다”면서 “배우자와 관련하여 세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로부터 구체적 사실을 확인하거나 피해자를 면밀히 보살피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배우자의 기분만 살피면서 오랜 기간 피해자에 대한 배우자의 학대를 방관했다”고 판단했다. 안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