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 맞아?’ 개도둑에게 두 번이나 끌려간 천연기념물 바보 동경이

‘사냥개 맞아?’ 개도둑에게 두 번이나 끌려간 천연기념물 바보 동경이

임송학 기자
임송학 기자
입력 2016-07-11 16:01
수정 2016-07-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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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540호인 경주 토종개 ‘동경이’가 개도둑에게 두번이나 끌려갔지만 주인의 기지로 목숨을 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북 신태인읍에서 H카센터를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지난 7일 아침 출근해 마당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아침이면 반갑게 맞아주던 두 살배기 수컷 동경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직감적으로 개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본 결과 새벽 3시 21분에 괴한들이 침입해 동경이를 끌고 가는 장면이 보였다. 김씨는 개도둑들이 멀리 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친인척 등과 함께 동경이를 수소문했다. 다행히 400m가량 떨어진 인교동 건강원에 비슷한 개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경찰관과 함께 찾아가 보니 동경이는 건강원 뒷마당 철창에 갇힌 채 도살될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건강원 주인은 “젊은 사람들이 키우던 개라며 동경이와 함께 검정개를 끌고와 17만원을 주고 샀다”고 진술했다. 시가 200만원을 호가하는 희귀견 동경이는 단돈 9만원에 넘겨졌다. 검정 잡종견은 8만원을 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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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둑에게 두 번이나 끌려갔던 천연기념물 경주 토종개 동경이
개도둑에게 두 번이나 끌려갔던 천연기념물 경주 토종개 동경이
김씨는 죽음 직전에 구해온 동경이가 안타까워 카센터 바로 건너편 족발집에서 부인과 술을 한잔하며 자정까지 지켜본 뒤 귀가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동경이가 다시 없어진 것을 알고 화가 치밀었다. 곧바로 경찰에 도난 사실을 신고하고 동경이를 찾아나섰다.

차를 몰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가 골목길 폐가에서 귀에 익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김씨가 폐가에 들어서자 동경이는 줄에 묶인 채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장수에게 넘겨질 경우 곧바로 도살될 처지였지만 이번에도 주인의 기지로 목숨을 건졌다.

경찰 수사로 잡힌 개도둑들은 같은 읍내에 사는 20대 부부와 사촌오빠 등 4명이었다. 이들은 동경이를 7일 새벽에 끌고 가 팔아넘긴 데 이어 8일 새벽에 또다시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1일 특수절도 혐의로 이모(3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씨의 사촌 여동생(24)과 동네 후배(26)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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