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백두대간이 앓고 있다

42%… 백두대간이 앓고 있다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입력 2016-07-31 22:42
수정 2016-08-01 00:5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녹색연합 등산로 전수조사

보호지역 지정 후 되레 훼손… 축구장 107개 면적엔 풀 없어
“예약탐방제 등 대책 절실”

한반도 등뼈이자 생태축인 백두대간이 2005년 보호지역 지정 후 오히려 훼손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탐방·방문객이 증가했지만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백두대간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 신설 및 예약탐방제 도입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미지 확대
지리산 노고단~정령치 구간 등산로는 이용객 증가와 관리 부실 등으로 흙이 쓸려 내려가면서 나무뿌리가 노출되는 등 훼손이 심각했다. 녹색연합 제공
지리산 노고단~정령치 구간 등산로는 이용객 증가와 관리 부실 등으로 흙이 쓸려 내려가면서 나무뿌리가 노출되는 등 훼손이 심각했다.
녹색연합 제공
31일 녹색연합이 발표한 ‘백두대간 마루금 등산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산로 중 풀 한 포기도 없는 땅이 76만 9566㎡로 나타났다. 국제기준 축구경기장을 107개 이상 건설할 수 있는 면적이다. 백두대간보호지역 지정 전인 2001년 조사(63만 3975㎡)와 비교해 21.4%(13만 5591㎡) 늘어났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9월부터 지리산 천왕봉~강원도 진부령 간(실측거리 732.9㎞)을 49개 구간, 3629개 지점으로 나눠 전수 및 추가 조사 등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백두대간 등산로의 평균 폭이 2001년 112㎝에서 128㎝로 14.2%, 지표식물이 자라지 않는 평균 나지노출폭은 86㎝에서 105㎝로 21.8% 각각 증가했다. 전체 조사지점의 42.2%인 1539개 곳에서 나무뿌리가 노출됐고 암석이 노출된 지점도 906곳이나 됐다. 또 등산로폭이 확대된 지점은 649곳, 등산로가 이중으로 난 ‘노선분기’ 지점이 466곳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부 등산로 정비가 이뤄지면서 침식 깊이는 2001년 평균 11.8㎝에서 10.8㎝로 개선됐다. 조사 지점 중 등산로폭이 1m 이하, 침식 깊이가 5㎝ 이하로 지표식물이 살아 있는 건전한 구간은 19.2%인 699개에 불과했다.

2001년 조사와 비교해 노폭·나지노출폭·침식 깊이 등이 50% 이상 증가한 곳은 경북 문경에서 충북 충주를 잇는 조령~하늘재 구간과 충북 영동~경북 김천을 연결하는 궤방령~작점고개 등 46곳으로 확인됐다. 노폭과 나지노출폭이 가장 넓은 지리산 노고단~정령치 구간은 돌계단과 데크 등 등산로 시설 정비로 침식 깊이는 줄었지만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이 크게 줄었다.

덕유산 육십령~삿갓재는 침식 깊이가 평균 24.7㎝에 달했고, 삿갓재~빼재구간은 나무뿌리 노출 79개소·암석노출 64개로 훼손도가 심각했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탐방객 증가와 무분별한 탐방문화가 생태계 훼손을 가속화시킨다. 유실된 흙 1㎝를 스스로 회복하려면 최소 100년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단계적으로 국가보호지역 등산로에 대해 ‘예약제’를 도입하는 것이 보호와 이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16-08-01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