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전선’ 대구·경북서 사투 벌이는 간호사들
3일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를 마친 의료진이 격리병동 밖으로 나오고 있다.
대구 뉴스1
대구 뉴스1
대구에 있는 한 병원의 음압병실에서 2주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간호사 한소영(가명)씨는 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하느라 쉬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한 한씨는 최근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이 집단 퇴직한 일을 두고 ‘간호사들이 코로나19에 걸리기 싫어서 관뒀다’는 식으로 쓴 기사를 곱씹었다. 이들이 건강, 육아 등의 이유로 계획했던 퇴직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미룬 사실은 기사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들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간호사들을 손가락질했다.
한씨는 “저희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을 만날 수 없고, 가족들과 집에서 같이 밥을 먹는 소소한 행복도 누릴 수 없다”면서 “백신과 치료제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병원이 시키는 대로 하면 과연 내 안전이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두려움을 안고 환자 치료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18일부터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한 지 2주가 다 돼 가지만 간호사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최전선인 대구를 도우려고 전국에서 의료진이 손을 들었지만 대구시는 여전히 의사 50명, 간호사 200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현장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가 한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음압병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정민희(가명)씨는 “방호복으로 온몸이 땀에 젖어 숨쉬기가 힘들고 입술도 바짝바짝 마른다”면서 “고글에 습기가 많이 차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평소보다 5배는 더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달 대구 지역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 파견된 간호사 김아진(가명)씨는 “원래 한 달 전에 나왔던 근무표도 요즘은 2~3일 전에 나올 만큼 예측할 수 없는 근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몇 명이 들어올지, 어떤 상태의 환자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비하다 보니 한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씨는 “음압병실 청소와 소독, 배식, 병실 내 의료폐기물 처리, 시신 소독 등 원래 간호사가 하던 일이 아닌 일까지 모두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질병관리본부가 마련한 의료기관 지침이 계속 바뀌는데 그 지침을 병원 사정에 맞는 매뉴얼로 구체화하는 일도 우리 몫”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30여명이 입원한 포항의료원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박지민(가명)씨는 “한 달 전부터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혹시나 가족을 감염시킬까 봐 집에 가지도, 편히 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도 집 대신 병원 근처에 방을 임시로 얻었다. 박씨는 “최근 퇴직한 동료들은 병원이 간호사를 보호할 최소한의 환경도 갖추지 않았을 때부터 헌신했다”면서 “간호사들의 사명감을 무시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서울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020-03-04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