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재심 선고로 명예회복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 유신헌법에 따른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옥고를 치렀던 박희옥(57·여) 아름다운재단 이사가 35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황현찬 부장판사)는 유신 체제에서 선포됐던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979년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박 이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해 무효”라는 지난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인용해 “피고인의 행위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박 이사는 1970년대 함께 학생운동에 헌신한 한솔교육 변재용(58) 대표이사 회장의 부인으로, 아름다운재단 이사를 비롯해 원더스페이스, 에이치힐스리조트 등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서울여대 학생이던 1978년 10월 긴급조치 9호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하려 했다는 혐의로 당시 서울대 공대에 다니던 연인 변 회장과 함께 체포돼 기소됐다.
지난 1972년 개정된 유신헌법 53조는 대통령이 위기라고 판단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했다.
1975년 시행된 긴급조치 9호는 유언비어 날조·유포 행위와 집회·시위, 표현물을 통한 유신헌법 반대·비방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박 이사는 무죄 선고에 대한 소회를 묻자 “여러 사람의 헌신과 노력으로 사회가 당시보다 나아졌지만, 최근 개인의 인권이 축소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꾸준히 노력한다면 현실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작년 10월 재심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11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