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이윤재 회장 113억 횡령 사건 관련… 동생, 주주 자격으로 누나 경영 책임 물어
섬유유연제 피죤 이윤재(81) 회장의 100억원대 횡령 사건에서 번진 오누이 간 법적다툼에서 남동생이 누나를 이겼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전현정)는 17일 피죤 주주 대표인 남동생 이정준(48)씨가 누나인 이주연(51) 피죤 대표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주연 대표는 회사에 4억 258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별개 법인인 중국법인 직원들을 마치 피죤에서 일하는 것처럼 직원 명부에 올린 뒤 인건비를 지급,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신 이 대표가 사적인 이익을 취한 것은 없는 점을 고려해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 회장은 2011년 회사 직원을 청부 폭행해 10개월을 복역했다. 그때부터 딸 주연씨가 대표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13년 회삿돈 113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그러자 피죤 주주였던 정준씨는 지난해 말 “아버지 배임·횡령의 책임 중 일부는 그 기간 동안 회사를 경영한 누나에게 있다”며 주주를 대표해 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동생이 피죤 주식을 13세 때 취득하는 등 실제 주주가 아니고 아버지 주식의 명의상 주주”라며 소송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정준씨의 주식 취득 당시 이 회장이 주식을 아들에게 증여할 의사가 있었을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국적인 정준씨는 그동안 미국에 머물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누나인 주연씨가 회사를 맡아 왔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후계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5-09-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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