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통보 받기도 전에 자진 출석
“죄송하다” 발언에 주변서 격한 욕설성폭행 피해자에게는 사과 안 해
檢, 친구 소유 마포 오피스텔 압수수색
무상 사용 확인 땐 청탁금지법 위반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54)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아직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조사를 받겠다며 검찰청에 나타난 것이다. 지난 5일 자신에 대한 성폭행 폭로가 있은 지 나흘 만이다.
정무비서 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잠적 나흘 만인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두하며 취재진 사이를 지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정희)는 이날 “자진 출석한 안 전 지사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지사에 앞서 김씨도 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런 가운데 안 전 지사의 범죄 혐의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뿐만 아니라 친구의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김씨가 성폭행을 당한 장소로 지목한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피스텔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김씨가 성폭행을 당한 날짜로 언급한 지난달 25일 전후로 안 전 지사와 김씨가 각각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인했다. 안 전 지사가 24일 늦은 밤에 들어갔고, 김씨가 25일 새벽에 오피스텔로 들어갔다가 몇 시간 뒤 밖으로 나오는 영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김씨가 고소장에 명시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실과 당시 안 전 지사의 일정표를 비교해 가며 범행을 추적하고 있다.
안 전 지사가 지난해부터 서울에 일정이 있을 때마다 이용해 온 이 오피스텔은 안 전 지사의 친구인 송모(53)씨가 운영했던 경기 지역의 H건설사가 지난해 8월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지사가 이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했다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안 전 지사가 도지사 신분으로 H건설사에 특혜를 줬다면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로 폭로한 전직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인 A씨에 대해서도 인지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변호사 선임을 마쳤으며 곧 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8-03-10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