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EPL 데뷔 국내외 엇갈린 평가
“토트넘이 기대하는 페널티지역의 ‘스나이퍼’라기보다 ‘보병’ 같았다.”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지난 13일 선덜랜드와의 2015~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를 통해 이적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23·토트넘)에 대해 다소 박한 평가를 내놓았다. 컵에 물이 절반도 안 찼다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절반만 남았다고 얘기하는 이가 있듯이 국내 언론은 팔이 안으로 굽는 태도를, 해외 언론은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여름 이적시장 아시아 선수 최고의 몸값을 기록한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았던 영국 언론들이 야박했다.

선덜랜드 AP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이 지난 13일 토트넘과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킥오프에 앞서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선덜랜드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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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스포츠는 “바쁘게 움직였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며 “상대 진영에서 9개의 패스만 성공시켰고 슈팅까지 연결된 패스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브닝 스탠더드만 호의적으로 “견고한 출발이었다”며 “좋은 터치와 패스를 선보였다. 훌륭한 영입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국내 언론도 물설고 낯선 리그에 적응하려고 애쓴 점을 높이 사는 분위기다. 이타적인 플레이에 치중하다 자꾸 머뭇거린 건데 동료들이 패스에 인색했다는 식이다.
또 함부르크 시절부터 손흥민에게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그의 쓰임새를 미처 간파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BBC는 “7번 유니폼을 입었으나 거의 10번처럼 움직였다”고 짚었다.
그런데 BBC는 최전방 원톱 해리 케인이 자꾸 2선으로 돌아 나오는 바람에 손흥민이 공백을 메우려고 움직인 점을 간과했다. 중앙 미드필더 크리스티앙 에릭센 대신 나선 델리 알리와의 호흡이 맞지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부상 때문에 2주쯤 뒤에 에릭센이 돌아오면 레버쿠젠에서 보여 줬던 손흥민의 넘치는 기동성과 득점 감각이 토트넘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토트넘의 다음 경기는 오는 18일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J조 조별리그 1차전이며 이틀 뒤 이청용이 활약하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정규리그 6라운드에서 코리안 더비가 펼쳐질 수 있다. 손흥민이 경기 뒤 내놓은 “분명히 더 잘할 수 있다”는 소감을 믿어 보자.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5-09-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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