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 탈출’ 사연 담은 편지에 100만원 동봉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던 건설직 일용 노동자가 10년 만에 빚을 모두 갚고 재기에 성공, 다른 신불자를 위한 성금을 전달했다.15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에 김민수(가명)씨 이름으로 된 편지봉투가 배달됐다. 봉투에는 “각종 카드, 사적인 채무 등을 2011년 12월9일자로 모두 상환했다”는 내용의 짤막한 편지와 우편환 100만원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2002년 직장을 잃고 신불자로 등록됐다. 금융회사 채무와 공과금을 갚지 못한 탓이었다. 급한 김에 빌려쓴 사채도 이자에 이자가 붙어 어느새 빚은 수천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는 2010년 6월 신복위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개인워크아웃은 금융회사와 협상해 원금을 깎아주고 대출이자와 연체이자는 없애주는 채무조정 절차다. 원금은 최장 10년에 걸쳐 나눠 갚으면 된다.
도저히 갚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워크아웃을 통해 이자 부담을 덜고 나니 1천600만원만 남았다. 김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 받은 돈으로 매월 100만원 가까이 꼬박꼬박 상환했다. 마침내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 신불자 굴레를 벗었다.
그는 편지에서 “10여년 전 모두 어려운 시절에 저도 예외는 아니었다”며 “신불자로 전락하면서 삶의 고비를 몇 번 넘기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회고했다.
청와대는 “(빚을 갚는) 과정에서 신복위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김씨의 뜻에 따라 동봉된 우편환 100만원을 신복위에 전달했다.
이 돈은 김씨처럼 신용회복 절차를 밟는 신불자를 위한 소액금융지원 재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소액금융지원이란 1년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은 신불자가 급전이 필요할 때 생활자금이나 학자금 등을 저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신복위 관계자는 “소액금융지원 재원은 주로 금융회사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부금으로 조성되지만, 이번처럼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적은 돈이나마 기부한 사례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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