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KB회장 또 보은·관피아인가

[경제 블로그] KB회장 또 보은·관피아인가

입력 2014-10-09 00:00
수정 2014-10-09 01: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동걸·하영구·황영기 등 물망…16일 2차후보 발표 예정

KB금융 회장 인선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유일한 순수 KB 출신 후보였던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지난 7일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판을 흔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김 전 부행장은 KB 회장직에 큰 뜻이 없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덕장 스타일로 내부 신망도 두터워 욕심낼 법도 한데 왜 그랬을까요. 다른 자리가 사실상 손에 들어온 까닭이 컸지만 ‘뛰어 보나 마나’라는 판세 계산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은 일찌감치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의 독주를 점쳤습니다. 이 전 부회장은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출신입니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사대부고를 나왔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금융인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크호스’가 등장했습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입니다. 외국은 어떨지 몰라도 현직에 있으면서 ‘이직’을 꿈꾸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하 행장이 현직의 위태로움을 무릅쓰고 경쟁에 본격 가세한 것으로 보아 ‘보이지 않는’ 지원세력이 있다는 뒷말이 무성합니다. ‘관피아’(관료+모피아)를 뒤에 업은 민간인이라는 쑥덕공론이지요.

국민은행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도 뒷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과 호남 출신이라는 점은 윤 전 부사장의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도 쟁쟁한 인맥과 내부 호평이 강점이지만 아무래도 금융 당국과의 껄끄러운 앙금이 걸림돌입니다. 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은 은행업 경험이 없다는 점이 치명적입니다.

이 때문에 KB 주변에서는 보은 인사냐, 위장 관피아냐, 내부 출신이냐가 이번 인선의 희비를 가를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분류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본선 뚜껑은 오는 16일 열립니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든, 답안지를 채점하는 감독관이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시험인지라 도처에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10-09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