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여파 보따리상의 위기

한·중FTA 여파 보따리상의 위기

입력 2014-12-16 00:00
수정 2014-12-1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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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세차 따른 이익 없어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보따리상(소무역상)이 존폐 기로에 섰다. 양국 간 관세 장벽에 따른 이익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15일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인천~중국 간 10개 여객선을 이용해 활동하는 보따리상(중국·대만인, 조선족 포함)은 현재 1350명으로 파악됐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실직자들이 대거 몰려 한때 5000여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세관 관계자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보따리상은 자취를 감추거나 변화된 형태의 소규모 민간 거래가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따리상의 진화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갈 때는 우리 중소기업에서 만든 공산품을 가져가 현지에서 팔고, 돌아올 때는 중국 기업이나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 등에서 만든 제품 샘플을 가져와 운송비를 받는다.

보따리상 이모(62)씨는 “우체국 EMS(특급우편)보다 ㎏당 단가는 비싸지만 반송되는 경우가 많은 EMS보다 우리가 훨씬 빠르고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아직도 중국산 참깨, 고추, 잣 등의 농산물은 주요 수입원이다.

보따리상은 1990년 인천~웨이하이 항로에 첫 한·중 여객선이 취항하면서 생겨났다. 당시 한·중 여객선 승객의 70%가 보따리상일 정도였다.

보따리상이 줄기 시작한 것은 2012년 5월 중국 세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부터다. 중국 세관은 보따리상 1인당 50㎏ 한도 내에서 특별한 제재 없이 통과시켜 주던 수하물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당시는 한국과 중국이 FTA 협상을 시작한 시점이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한·중 FTA 타결로 그동안 양국 간 관세 차에 의존해 수익을 내 온 보따리상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따리상 감소는 한·중 여객선 업계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중 여객선 이용객은 2011년 104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일반 여행객과 보따리상의 비중도 2011년 55대45에서 지난해 70대30으로 변했다.

인천~웨이하이 항로 상인회 대표 이상윤(59)씨는 “어려울 때 보따리상이 한·중 무역의 첨병 역할을 한 측면을 기억해 주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2014-12-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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