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71명이 평가한 경제팀 점수는
경제계 인사 71명의 현 정부 경제팀에 대한 총점은 ‘C학점’이었다. 박근혜 정부 집권 반환점을 앞두고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세부 대책이나 추진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았다. “대통령과 같이 호흡”하는 것은 좋으나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대통령만 바라봐서다. 집권 후반기로 넘어갈수록 정책의 집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강도 높은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관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말씀’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초기 국무위원들. 경제부처 장관들의 낮은 점수에는 이러한 받아쓰기 모습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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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내년까지 ‘46조원+α’를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최 부총리의 구상은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쓴소리가 나온 이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신중하게’ 금리를 내렸지만 ‘선제적인’ 대응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제 대응이 되지 않아 “경기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통화정책을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에 비해 시장과의 소통이나 금리 인하에 적극적인 점은 좋은 점수를 받았다. ‘돈 풀기에 소극적이었다’고 짠 점수를 준 평가자들은 추가 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열심히 했다는 점에서는 호평을 끌어냈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 ‘원년 멤버’로 한·중, 한·호주, 한·뉴질랜드, 한·캐나다 FTA 등을 꾸준히 맺었다. 반면 협상 과정에서 농업 등 취약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책 마련에 소홀했고 FTA 이외의 산업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아픈 평가도 있었다.
9명 가운데 4등을 차지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KB사태’ 때 금융감독원이 보여준 혼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금융산업 발전 청사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 홀로 기술금융만 챙기면 된다’는 보신주의 처신과 ‘신(新)관치’ 논란도 점수를 깎아먹었다. 다만 기술금융 활성화 등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융합) 추진에 열성을 기울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윤 장관과 더불어 ‘장수 장관’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교수 출신으로서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특히 단기적 관점의 접근 유혹이 큰 부동산 시장에 대해 장기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감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게 눈에 띈다. 하지만 ‘땅콩 회항’ 사태 등에서 보듯 교수 출신 장관의 대응력 한계를 보여줬고 새로운 물류 정보기술(IT)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질책도 따라나왔다. “자기 보신에만 급급”하고 “부동산 정책 추진 효과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의 주도적인 조정과 잘못된 정책에 대한 시정 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스태프(참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만기친람을 방조하는 등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선 굵은 조정역할이 없어 안 수석 역시 ‘존재감 부재’라는 총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출신으로 2013년 3월부터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어 ‘전문성’은 있으나 ‘조직 장악력 결여’가 지적됐다. 또 농업을 “수출산업화, 기업화할 전략 아이디어가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전문적이지만 큰 그림은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부 차관 출신의 정통 관료다. 그래서인지 “현실 파악이나 정책 방안은 우수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통상임금, 정년 연장, 정규직 과보호 문제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전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도 들었다.
최악의 점수를 받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평가는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반(反)시장적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만들었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반대로 단통법에 좋은 점수를 준 평가자도 있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현 정부 경제팀은 한마디로 단기 부양책에 치중해 한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구조조정을 실기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장관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평가에는 기업인, 은행장, 교수, 연구원 등 여러 부문의 인사가 참여했다. 평가는 총 5점 만점으로 5점 A, 4점 B, 3점 C, 2점 D, 1점 F로 계산했다. 점수와 평가자 수를 곱해 더한 뒤 총평가자 수로 나눴다. 하점 초반은 ‘마이너스’(-), 중반은 ‘제로’(0), 후반은 ‘플러스’(+)로 구분했다. 예컨대 C학점의 경우 3.0~3.3은 C-, 3.4~3.6은 C, 3.7~3.9는 C+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경제·산업부 종합
안원경 인턴 기자 cocang43@seoul.co.kr
■평가에 참여해 주신 분 (가나다순)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곽창호 포스코 경영연구소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
김민덕 현대백화점 전무
김상성 MG손해보험 대표이사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철 현대건설 기획본부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진 GS건설 전무
김판중 경총 경제조사본부장
김형국 GS칼텍스 경영기획실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박경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상무
박대수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
박덕배 현대경제硏 선임연구위원
박성훈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박형민 LG유플러스 정책회계팀장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신민영 LG경제硏 경제연구부문장
심의영 NICE평가정보 대표이사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엄영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원종석 신영증권 사장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이기광 대한항공 상무
이만우 SK그룹 부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이수창 생보협회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재연 금융硏 선임연구원
이종건 코트라 정보전략실장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진 캠코 이사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진성 롯데 미래전략센터장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임상진 KCC 재정부 담당 이사
장민 금융硏 연구조정실장
장석인 산업硏 선임연구위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
정문국 ING생명 사장
정성춘 대외경제硏
국제거시금융정책실장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조영무 LG경제硏 연구위원
최민호 한화건설 기획실장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최용석 다음카카오 IR실장
최창환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CFO
한채양 신세계그룹 상무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홍덕표 LG경제硏 수석연구위원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2014-12-29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