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매이지 않는 편안함… 더위를 지배한 日패션

얽매이지 않는 편안함… 더위를 지배한 日패션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5-08-16 17:48
수정 2015-08-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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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에 강한 기능성 디자인 인기몰이

무더위에 강한 일본 패션이 올여름 국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쾌적함을 유지하는 기능성과 함께 보는 사람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갖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끈다.

플리츠플리즈의 민소매 블라우스와 통바지
플리츠플리즈의 민소매 블라우스와 통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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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바오 프리즘 베이직
바오바오 프리즘 베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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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리라코 칠부바지
유니클로 리라코 칠부바지  
온대몬순 기후에 속하는 한국과 일본의 여름은 숨이 턱턱 막히게 덥고 습한 게 특징이다. 특히 서울과 도쿄는 높은 빌딩 숲 때문에 주변보다 기온이 더 높은 열섬현상이 일어난다. 여름 평균 습도는 한국이 70%, 일본은 80% 정도로 바다를 낀 일본 열도가 더 습한 편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땀이 잘 배출되고 쉽게 마르는 소재의 옷과 소품이 발달했다.

일본인 디자이너 이세이미야케가 만든 바오바오백은 일본을 찾는 여행객들이 새벽부터 현지 백화점에 줄을 서서 살 정도로 여름만 되면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다. 2010년 처음 나온 바오바오는 작은 삼각형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을 그물(메시) 원단 위에 퍼즐처럼 이어붙여 만든 가방이다. 펼쳤을 때 종이처럼 납작하지만 물건을 넣으면 부피에 따라 자유자재로 접혀 입체적인 모양을 만든다. 가죽으로 된 핸드백보다 가볍고 입구가 넓어 수납이 편한 덕에 30~4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 4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문을 연 바오바오 단독매장은 월평균 1억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4대 명품 브랜드가 아니면서 가방만 파는 단독매장으로 월 매출이 1억원 이상 유지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공식 수입업체인 제일모직에 따르면 바오바오는 최근 2~3년간 매년 30% 이상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세이미야케에서 나온 플리츠플리즈는 주름이란 뜻의 플리츠(pleats)를 브랜드 이름에 쓰는 만큼 원피스, 통바지 등 다양한 주름 옷과 스카프 등 소품을 판매한다. 폴리에스테르를 써서 가볍고 구김이 없다. 찬물 세탁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완성품 치수보다 2~3배 큰 원단을 잘라 접어서 만든다. 주름이 피부에 닿는 옷 면적을 줄여 줘서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과감한 색감의 조화,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도 선호한다.

일본 전통의상을 현대식으로 해석한 옷들도 국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스테테코는 우리나라의 잠방이와 비슷한 남성용 속바지다. 하얀 무명이나 삼베로 만든 6~7부 홑바지로 원래는 양복바지 안에 입는 속옷 개념인데, 일본에서 나이든 남성들이 아무렇게나 입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촌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유니클로, 무지(무인양품) 등 일본 캐주얼 의류 업체들이 스테테코를 패션 상품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체크, 하와이안 무늬처럼 화려한 디자인을 입히고 날씬해 보이는 옷 태를 살려 젊은 고객을 겨냥했다. 유니클로의 스테테코는 면의 일종이면서 감촉이 좋은 크레이프 원단을 사용해 가볍고 땀이 빨리 마른다. 릴랙스(relax)와 컴포트(comfort)의 일본식 조어인 ‘리라코’는 여성용 실내복 바지다. 유니클로 측은 리라코가 100% 레이온으로 만들어 몸에 달라붙지 않으며 가볍고 감촉이 매끄럽다고 설명했다.

진베이는 주로 잠옷으로 입던 일본 전통 의상이다. 기모노나 유카타보다 입고 벗기 쉽고 활동하기 좋아 여름 실내복이나 외출복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밝고 화려한 무늬의 진베이를 아이들에게 입히는 부모가 국내에 많아졌다. 리플 또는 지지미로 불리는 시어서커 원단을 사용해 시원함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일본 유·아동복 브랜드인 미키하우스는 매년 여름 수십 종의 진베이를 선보이고 있다. 진베이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아 구매대행이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부터 원단을 직접 재단해 아기 진베이를 만들어 입히는 일도 유행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5-08-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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